…신난다?
1. 며칠 전 내 방 벽에 칭찬스티커 판이 붙었다.
2. 어렸을 때 우리 집엔 칭찬스티커 제도가 없었는데 살다 보니 마흔 살에 처음으로 칭찬스티커를 받게 생긴 것이다.
3. 아이가 유치원에서 빈 동그라미가 가득 그려진 칭찬스티커 종이를 처음 가져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4. 나는 칭찬스티커 제도에 대해 아직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5.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에 같은 말을 수십 번씩 반복하며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6. 아주 어릴 때부터 그저 '말 잘 듣는 아이'가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불합리하고 위협적인 말조차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는 사람으로 자라는 건 상상만 해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7. 하지만,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판단을 직접 내리길 기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 중이다.
8. 칭찬스티커는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만, 눈에 보이는 보상이라는 건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해서 모든 행동이 결국 '칭찬스티커를 하나 더 붙일 수 있느냐 없느냐'로 귀결되는 걸 경험한 터라 적극적으로 쓰는 것도 안 쓰는 것도 아닌 상태로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9. 반면, 우리 집 유치원생은 아주 관대한 편이어서 온갖 이유를 들어 (엄마가 안아주었다, 맛있는 간식을 주었다, 재미있게 놀아주었다 등) 스티커를 붙여주는 바람에 나는 하루 만에 칭찬스티커를 열 개나 받게 되었다.
10. 칭찬스티커 붙이기 장인이 집에 있는데 몰라본 것 같다. 한 수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