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향에 가까운 삶

인공적인 향의 폭력에서 살아남기

by 케잌

1. 냄새에 예민한 편이다.

2. 오랫동안 향수와 방향제를 모으고 조향을 배우며 좋아하는 향을 가까이 두고 지내려고 했다.

3. 그러다 몇 년 전, 넘쳐나는 목욕용품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욕실에 가득했던 인공적인 향이 모두 사라지고 비누향만 남게 되었다.

4. 단계별로 구비되어 있던 메이크업 제품도, 세제도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성분들을 제거하다 보니 자연스레 무향 제품들이 남았다.

5. 오랜 정리기간을 거쳐 이제 우리 집엔 강한 향이 나는 물건이 거의 없다.

6. 좋은 향이든 나쁜 냄새든 강한 향이 코에 주는 자극이 크다는 걸 이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7. 무향에 익숙해진 지금은 지나가다 마주친 사람의 향수나 화장품의 향에도 엄청난 자극을 느낀다.

8. 여행지에서 묵은 숙소의 침구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향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9. 새삼 예전에 얼마나 인공적인 향에 가득 둘러싸여 살았던가 싶다.

10. 큰 자극 없는 무향인 공간이 가져다준 편안함이 고맙고,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향에 좀 더 예민해진 코가 반갑다.

매거진의 이전글우리는 누군가의 근무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