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전력질주
1. 오랜만에 전력질주를 했다.
2. 짧은 구간 전력질주를 반복할 때마다 허벅지가 타이트하게 뭉치고,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넘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3. 평소 나는 상당히 느긋하게 걷는 편이다.
4. 신호등이 바뀐다고 해서 뛰는 일은 거의 없고, 눈앞에서 버스나 지하철이 곧 출발해도 기꺼이 다음을 기약한다.
5. 운동을 할 때에도 약간 숨이 가쁜 정도로 오래 뛰는 훈련을 했지, 전력질주를 해 본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6.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와 계주에 꽤나 진심이었는데, 특히 몸이 약간 기울어지는 곡선 부분을 달릴 때나 다른 사람을 제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7. 결승선을 지나칠 때까지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아 한참을 더 뛰어가다 넘어지기 일쑤였고, 목에서 피맛이 나고 도무지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까지 뛰었다.
8. 성인이 된 이후 두 발이 동시에 지면에서 떨어질 일 없는 인생을 수십 년 살면서 잊고 있었던 '전력질주'에 대한 몸의 기억이 떠올랐다.
9. 관절과 부상을 걱정해야 할 신체상태이긴 하지만 다음번엔 목에서 피맛이 날 때까지 뛰어봐야지.
10. 그동안 몸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 온 기분이다(기분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