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착각

무엇을 위한 효율인데요

by 케잌

1. 회사를 다니다 보면 효율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2. 30분 단위의 미팅을 연달아하고, 이메일 수십 개에 답변을 하고,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회의 자료를 읽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았다.

3. 언제나 대단한 성과를 낸 건 아니지만, 뭔가 진행되는 것이 눈에 보이고 단계별로 맺고 끊음이라는 것이 있었다.

4. 매일같이 눈앞에 주어지는 크고 작은 미션을 하나씩 착착 클리어 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서 오는 쾌감이 분명 있다.

5. 회사 밖에서는 그런 ‘효율적인 기분’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6. 1시간이면 미팅을 2개나 해치우고 중간중간 간단한 메일 몇 개쯤은 쳐낼 수 있을 시간이지만, 간단한(?) 은행 업무나 상담사 연결,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7. 이런 일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다가 오늘 제대로 해낸 일은 공인인증서 발급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허무함이 밀려온다.

8. 이상한 말이지만,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9. 참석한 미팅의 수나 이메일 답변 수, 테트리스 하듯 시간을 쪼개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밀어 넣었느냐는, 그래서 이루고자 하는 일이 나에게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수 없는 이상 의미가 없다.

10. 하지만, 간신히 재발급받은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다시 잊어버린 날이면 그런 거짓 효율이나마 다시 맛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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