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죽을 순 없어

지하철 비상상황 대처 동영상 열심히 보는 사람 나야 나

by 케잌

1. 재난영화에서 극초반에 가장 먼저 희생됨으로써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등장인물이 있다.

2. 나는 왠지 내가 그런 등장인물 같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3. 좀비 떼가 몰려오든, 행성이 충돌하든, 기후재앙이 닥치든 그저 멍하니 있다가 속절없이 가장 먼저 죽는 게 바로 내가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4. 위험에 대비하는 준비도, 위기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기초 상식도, 하다 못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 일상을 영위하는 능력도 제로에 가깝다.

5. 게다가 끔찍하고 무섭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내야겠다는, 생에 대한 집념이 나에게 있을까도 의문이다.

6. 살면서 운이 좋다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은 맞닥뜨리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한 기초 역량은 갖추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7. 미국 대통령의 전직 경호원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안전을 위해 이런 것까지 대비를 하는구나 하는 놀라움과 동시에 내가 얼마나 안전에 무지했는가도 깨달았다.

8. 지금껏 내가 살아있는 건 순전히 운이 좋았던 탓으로, 만약 위험상황이 닥쳤다면 나는 정말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전혀 없었겠구나 싶었다.

9. 언제나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경계할 만한 상황이 없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 처음 방문하는 장소라면 비상구와 주변에 가장 가까운 병원/경찰서 등의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 심폐소생술과 같은 기본적인 응급대처 방법을 알아두는 것, 소화기나 비상안전장치 등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 모두 나와 주변 사람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10. 모든 재난상황을 이겨내고 지구를 위기로부터 구해내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영화 중반 정도까지는 살아남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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