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싹 구운 생선을 좋아하고 비린 건 못 먹습니다

싫어하는 거 말고, 좋아하는 걸 말해

by 케잌

1. 시부모님이 나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

2. 내가 동태전을 아주 좋아하는 줄 알고 계신다는 거다.

3. 언제 어떤 연유로 그런 오해가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매 명절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동태전을 특별히 많이 싸주신다.

4. 살면서 내 입에 동태전을 넣은 것은 다섯 번이 채 되지 않는데 평생 먹은 것보다 많은 동태전을 결혼 첫 해에 먹었다.

5. 마찬가지로 나는 식혜도, 생선찜도, 고기도 좋아하지 않지만 매번 나를 위해 이런 메뉴들을 고르신다.

6. 40년간 나를 봐온 울 엄마가 내가 콩국수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완벽히 인지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7. 그 전까진 ‘콩국수 먹을래?’ ‘나 콩국수 못 먹어’ ‘왜? 맛있는데!’와 같은 대화가 무한 반복됐다.

8. 남편은 내 과자 취향을 아직 정확히 모르고, 과자에서만큼은 달달한 것보다 짭짤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9.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에 대해 백 가지를 얘기하는 것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단순 명료하게 얘기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높다.

10. 나는 이미 살짝 망한 것 같은데, 무해한 표정으로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 맞지?’라고 들이미는 음식을 거부할 재간이 나에겐 없으니 동태전과 식혜와 홈런볼은 당분간 계속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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