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투혼

오늘 같이 논 애들 나이 다 합쳐도 내 나이 반밖에 안돼

by 케잌

1. 어릴 때 매일 집 앞 놀이터에서 놀았다.

2. 늘 엄마가 약간 화가 난 상태로 나를 잡으러 오셨는데, '잡으러 오셨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3. 저녁 먹기 전까지 집에 가기로 약속을 해 놓고는 신나게 노느라 매번 캄캄해서 앞이 잘 안 보일 때까지 놀았기 때문이다.

4. 조금 더 커서는 동네 꼬마들을 잘 데리고 놀았는데 한 번은 걔네들이 우리 집에 나를 찾으러 왔었다.

5. 공부는 안 하고 얼마나 놀고 다니길래 한참 어린 꼬맹이들이 같이 놀자고 찾아오느냐며 그때도 혼이 났던 것 같다.

6. 그 버릇이 아직 남았는지 오늘도 동네 유치원생들이랑 놀이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놀았다.

7. 숨바꼭질을 하는데 너무 빤히 보이는 장소에 숨어놓고는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모습이 기가 막히다.

8. 아까부터 계속 같은 장소에 숨고 있는데 못 찾는 척 혼신의 연기를 한다.

9. 각자 다른 코스로 달려놓고 서로 일등이라고 우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아이코! 내가 꼴등이네!'를 냅다 외쳐서 평화를 되찾기도 한다.

10. 어릴 때와 달라진 건, 이젠 얘네들이랑 놀기 위해 나는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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