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일곱을 목구멍으로 삼킬 수 있는가
1. 놀이터에서 보호자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가만히 엿들어 보았다.
2. 얼마나 이래라저래라 간섭이 많은지 모른다.
3. 멀쩡히 그네를 잘 타고 있는데 이제 그건 그만 타고 미끄럼틀도 한번 타란다.
4. 혼자 잘 놀고 있는데, 처음 보는 친구에게 인사를 하란다.
5. '넌 이거 못하니까' 낮은 계단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할 수 있는데. 어제도 했는데.
6. 덥지도 않은데 웃옷을 벗겨 주겠다고 한다.
7. 그냥 살짝 넘어졌을 뿐인데, 그래서 울지도 않았는데, 번개처럼 달려와서 그러게 조심하라 그러지 않았느냐며 일장 연설을 한다.
8. 새삼 아이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구나 싶었다.
9. 걱정되고 불안하고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열 가지일 때, 그중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10. 그 세 가지를 말하는 것보다 나머지 일곱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기다려주는 것이 보호자로서 앞으로 내가 배우고 연마해야 할 역량이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