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내 마음이 아무리 구려도, 그걸 먼저 봐줘야지

by 케잌

1. 자부심이 강한 셰프가 있는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며 싫어하는 식재료를 빼 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그게 맛있는 건데 그걸 빼면 이곳에서 먹을 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 그냥 한번 먹어보라는 말에 메뉴를 시키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설득이라기보다는 '먹을 테면 먹고, 말 거면 말아'라는 듯한 뉘앙스에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3. 셰프가 옆에서 음식을 준비해 주는 구조였기 때문에 식사 내내 셰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다른 테이블과는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에게 서빙을 할 때에는 한마디 말도 걸지 않는 태도가 눈에 거슬렸다.

4. 기분이 구렸다.

5. 그 셰프의 태도가 아니라, 그에 반응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당황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6.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의 불쾌함은 온데간데없이 내가 점점 그의 관심과 대접을 너무나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7. 그 사람이 나에게 좀 더 친절했어야 했다거나, 별 것 아닌 것에 기분이 상한 내 감정이 과한 것이었다거나 하는 판단은 차치하고라도,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받고 싶다는 갈망 하나로 내 감정을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억누른다는 사실에 놀랐다.

8. 스스로 권위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실제로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는 중요치 않다) 사람을 마주할 때는 더더욱 그렇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미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은 마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느낀다.

9.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고 호감을 얻기 위해 조바심을 내며 무리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10.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사리 동요되고 휘둘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잃게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불안이 높은 사람이 휴대폰을 두고 외출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