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일 수 있겠다는 마음과 가족인 마음의 차이
1. 지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문자가 왔다.
2. '우리는 지금 OOO 앞에 도착했어'
3. 순간 마음이 약간 몰캉해지는 것을 느꼈다.
4. 나는 지인과 단 둘이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지인은 반려견을 데리고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5. 그러니, 문자에서 '우리'는 지인과 반려견을 말하는 것이었다.
6. 너무 자연스럽게 '나'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는 지인을 보면서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다정함을 느꼈다.
7. 동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주 어릴 때 잠시 친척의 강아지를 맡아서 키웠던 것을 제외하고, 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다.
8.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막연히 이해할 뿐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는데, 그 경험의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9.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 말하고, 인간 vs. 동물이 아니라 '비인간 동물'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하는 지금의 변화가 근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지인의 '우리'라는 표현에 다정하면서도 한편 매우 생소하고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10. 나는 절대 '우리'라고 표현하지 못했을 그 사소한 문자 하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