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높은 사람이 휴대폰을 두고 외출을 하면

내 마음은 과잉보호하는 부모와 같아서

by 케잌

1. 어제는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

2. 매일 다니던 길이었는데 말이다.

3. 오늘은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외출을 했다.

4.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 알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5. 왕복 2시간가량 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 휴대폰도 없고 마침 책도 챙겨 오지 않았고, 메모할 거리도 없이 그저 맨 몸이었다.

6. 정신을 팔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으니 오롯이 내 생각과 독대를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요즘 정신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던 탓에 그 사실이 매우 불편했다.

7.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서 지하철 광고든 앞사람이 들고 있는 쇼핑백 문구든 뭐든 눈에 들어오는 활자를 읽어서 아무거라도 머리에 집어넣고 싶었다.

8. 그러다 결국 향복을 하고 어떤 생각을 그리도 하고 싶었던 건가 순순히 머릿속을 들여다보니,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자꾸만 머릿속으로 그리며 그 안에서 분노의 말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9. 이전에 있었던 비슷한 상황에서 나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속에서 곱씹으며, 그때 할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말들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10. ‘날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근데 계속 이러는 건 날 위하는 길이 아니야. 난 지금 위험하지 않아, 긴장을 좀 내려놓고 안심해도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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