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괴물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오늘도 놀이터로 출근해야하는 괴물은 주말만 기다린다

by 케잌

1. 괴물놀이를 했다.

2. 당연히 괴물은 나다.

3. 나는 양 손을 앞다리처럼 얼굴 양 옆으로 치켜들고, 때때로 ‘쿠아앙’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잡으러 뛰어다닌다.

4. 진짜로 잡으면 안된다.

5. 하나도 안 무서운 척 하지만 잡히면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울음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6. 너무 못 잡아도 안된다.

7. 그러면 시시하다며 얼른 쫓아오라는 항의가 빗발친다.

8. 대체 어쩌란 말인가.

9. 어느새 내 주변에 모여든 동네 아이들은 태어나서 나를 오늘 처음 봤는데도 아주 당당하게 괴물 역할에 좀 더 충실해 줄 것을 요구한다.

10. 그 거리낌없음이 요즘 들어 참 부럽다.


매거진의 이전글시인과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