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속도

겁나 빠름

by 케잌

1. 러닝머신을 뛸 때, 처음엔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점점 몸에 열이 오르고 다리가 속도에 익숙해질 즈음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2. 그 과정을 천천히 반복하다 보면 꽤 빠르게 뛸 수 있게 된다.

3. 가끔 운동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잠시 멈춰야 할 때가 있다.

4. 아주 잠깐이면 되니까, 러닝머신을 끄지 않고 움직이는 벨트를 피해 다리를 양 옆으로 벌려 기구 위에 잠시 올라선다.

5. 문제는 다시 벨트에 내려서는 순간이다.

6. 조금 전까지 내가 뛰던 속도인데, 계속해서 움직이는 벨트에 발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7. 정신없이 일하며 앞만 보고 달리다 잠시 멈춰 선 지금의 기분이 딱 그렇다.

8. 내가 살고 있던 세계의 속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러닝머신의 벨트처럼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

9. 뛰는 와중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속도가 멈춰 서서 보니 과연 나에게 맞았던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10. 다시 저 속도에 맞춰 뛸 수 있을까를 걱정하기 전에, 저게 내가 원하는 속도일까를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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