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연 Aug 06. 2021

"뽑기는 뽑되 뒷일은 알아서 하라?"

피켓시위를 끝낸 취재원을 인터뷰 하고있다.



"뽑기는 뽑되 뒷일은 알아서 하라?"

-

내가 중학교다닐 때를 곰곰이 떠올려보니 영어회화 강사 선생님이 따로 있었다. 이제는 10년쯤 된 얘기지만,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에 난다. 영어회화시간이 따로 있었고, 전담 선생님이 우릴 가르쳐줬었다는 걸.

지금 생각해보니 영어회화전문강사였다. 알고보니 그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돼있었고, 최근엔 참다못해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었다.

그땐 아마도 수업시수조차 적었을테고, 지금은 스포츠강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수업권을 갖고 현직교사만큼이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형태는 1년씩 재계약이다.

최대 4년까지 이어갈 수는 있지만, 이도저도 아닌 형태.


불안정한 고용은 불안정한 심리를 낳는다. 경험해봐서 안다. 대기업에서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했을때가 있었다. 난 아직도 그곳의 화장실이 기억난다. 수도꼭지가 자동식이었는데, 따뜻한 물은 잘 나오지도 않고 손을 갖다대도 물 자체가 잘 나오지 않기도 했다. 겉으로는 최신식이었지만 아주 쓸모없었고, 오히려 수동식이 그리울 정도였다. 그 수도꼭지의 형태가 마치 내가 일하고 있는 고용형태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겉에서 남들이 보기엔 "거기 다니는 구나!", "그 일을 하는구나!" 하겠지만 사실 나는 계약직이었고, 만료가 다가올 무렵 다시 계약이 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며 내 일에도 집중할 수 없는데다가, 내 주변 동료와 상사가 수시로 나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도 없는 형태. 뫼비우스의 띠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기에 짊어지고 가려던 것이었다.

결국 이듬해 나는 자리를 옮겼지만, 그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요구는 한 개였다.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나와 인터뷰를 나눈 인터뷰이는 마지막에 결국 울먹였다. 난 애써 침착한 말투와 표정으로 그의 말 끝에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연락드리겠다' 했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쓰는 것 뿐.


#영어회화전문강사 #기자 #기자의수첩 #기자일기 #취재 #취재후기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