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도 아닌데 글 잘 쓰면 반칙 아닌가요?

본업 있는데 글이 난리나

by 은솔지책



1. 최현명, 《늑대가 온다》(양철북, 2019)

아우아우아우우

— 이 책을 쓴 최현명님의 직업은 ‘야생동물 전문가’입니다.. 처음엔 정말 뭐 하는 분인지 감도 안 왔지만 책을 읽다 보면 야생 동물을 찾아 정말 이곳 저곳을 다 누비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죠. 이 책 역시 늑대를 찾아 중국과 몽골과 저기 어드메를 쏘다녔던 어느 나날들을 담고 있어요.

— 사실 야생동물, 늑대, 몽골… 이런 단어가 모두 저희 삶과 거리가 꽤 멀잖아요. 그래서 재미가 없다거나 쉽게 공감이 안 될 것 같다거나 할 수는 있지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또 어디 독자들을 가만 두겠어요? 엄청난 필력으로 마치 저도 늑대를 함께 찾아다니고 살짝 물리고 그들이 나타나길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만든답니다. 나중에는 늑대들의 안녕을 바라게 되기도 해요. 인간들의 이기심과 무지가 많은 늑대를 죽게 만들었거든요. 책을 덮으면 분명 이름 모를 늑대들의 안녕을 마음 깊이 바라고 계실 겁니다.. (사실 저는 울기까지 했어…




2. 박주영, 《어떤 양형 이유》(김영사, 2019)

띠지부터 슬프다..

— 현직 판사가 쓴 사회와 법에 관련된 책인데, 정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읽을 만한 사람들은 다 읽은 책이긴 하지만 훌륭한 글이 너무 많아서 추천할 수밖에 없었어요.

— 형사합의부를 맡고 있는 저자의 법정에는 죽고, 맞고, 강간당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몰려들어오더라고요.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 법정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눈빛을 고스란히 기록했는데요. 사실 이게 말이 쉽지, 보고 듣고 느낀 걸 글로 옮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근데 그 어려운 길을 아주 잘도 가시더라고요. 크으으. 감탄했습니다.

— 슬픈 대목이 너무 많지만 저는 소년범 꼭지에서 (과장 조금 보태) 눈물을 세숫대야만큼 쏟았던 것 같네요. 너무 잘 쓰여서 굉장히 슬프기도 하니 공공장소에서는 독서 자제하셔야 합니다. (리뷰들 보니 지하철에서 눈물 참았단 사람도 있더라고요ㅠ)




3. 정명원,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한겨레출판, 2021)

민원인이 많아도 너무 많네요

— 공교롭게도 이번엔 검사 책입니다. 역시 현직 검사인 저자가 자신들이 만난 사건과 민원인 그리고 검찰과 검사에 대해 쓴 책인데, 아주 아주 최근에 나왔지만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기도 합니다. 약간 《검사내전》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분은 여자분이시라 여성 및 여성 검사에 관련된 얘기가 좀더 추가되어 있어요.

— 근데 이 책을 쓰면서 ㅋㅋㅋㅋ를 안 쓸 수가 없는게욬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웃긴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법복을 세탁소에 맡기면 세탁소 사장님이 한참을 보다가 “근데 이건 어디 성가대 옷이에요?”라고 묻는다거나 저자의 아이들이 검사 엄마를 뒀다고 엄마를 체포하고 구금한 뒤 “48시간 지났으니 풀어드립니다(사실은 10분..)”라는 대목이 그래요. 진짜 저는 ‘성가대 옷’이 덮어도 계속 생각나서 여러 번 웃었습니다… (활자로 보면 좀 더 웃겨요ㅠ)

— 아주 스펀지처럼 폭신하지만 또 검찰과 검사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씁쓸한 사회의 이면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도 꽤 있어서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에요. 하지만 한번 잡으면 쉽게 놓기 어려울 정도로 재밌게 글을 쓰셨습니다(아… 진짜 글 잘 쓰는 사람들 세상에 왜 이렇게 많나요?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어쨌든 벌써부터 검사님 다음 책 기다리고 있을 정도이니 꼭 읽어보십쇼.




그럼 20000 끝! 오늘도 힘찬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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