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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Aug 01. 2021

재밌어서 한나절 순삭되는 이야기들

지루할 틈 없이 바쁘다 바빠 장르소설



1. 제프리 디버, 유소영 옮김, 《본컬렉터》(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 아, 천재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1권 《본컬렉터》입니다. 진짜 제목부터 어마무시하죠? 뼈를 왜 모아..? 싶은데 진짜 뼈 모으는 무시무시한 살인마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 아니, 그럼 너무 무서운 거 아님..? 싶으시겠지만.. 네, 물론 무섭죠ㅠ 근데 살인마 잡으려는 사람들의 증거 분석과 추리가 아주 대단하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바로 이 시리즈의 이름인 ‘링컨 라임’이 있습니다.

— 링컨 라임은 악랄한 작가 제프리 디버 때문에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도 꼼짝 못하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제프리 디버는 “범인이 집에 쳐들어와도 조금도 방어를 못하는 사람”을 만들고 싶었대요). 그러니까 링컨 라임은 정말로 수집하라고 하는 증거들과 두뇌로만 추리를 하는 겁니다.. 진짜 미쳐버린 설정 아닌가 싶습니다. 엉엉.

— 사실 살인마를 추적한다는 추리 설정 말고도 페이지 터너가 될만한 요소가 많은 책이에요.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기 때문에 일단 설정상 ‘빨리’ 저놈을 잡아야 한다는 점, 링컨 라임을 성심성의껏 돕는 현장조사관 ‘색스’와의 로맨스, 책 곳곳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반전까지! 정말 재밌는 건 다 때려넣은 시리즈라는 말이죠..

— 다행인지 불행인지, 링컨 라임 시리즈는 현재 12까지 나와 있지만 그중 몇 권은 종이책으로는 살 수가 없어요. 분량이 꽤 되고 시리즈에 발을 들여놓으면 다른 거 다 읽고 싶어지실 테니, 아예 전자책으로 구매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근데 진짜 정말 너무 재밌음…



2. 찬호께이, 강초아 옮김, 《13.67》(한스미디어, 2015)

이건 리버커 표지입니다. 원래는 시커먼데 역시 리커버가 더 예뻐..

— 추리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이미 접하고 왕따봉을 날리며 추천하고 다닌다는 찬호께이의 대표작 《13.67》입니다. 저는 찬호께이를 접한 게 다른 책이지만 읽고 나니 이 작가에게 마음을 죄다 빼앗겨 모든 작품을 구매했어요. 그래서 정말 “아, 찬호께이 대천재만재 만세 만만세!”라는 생각을 하며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 책으로 찬호께이뿐만 아니라 중화권 장르에 입문하게 되는 분도 많은 것 같아 역시 이 책을 들고 왔습니다. 근데 뭐 다 떠나서 진짜 대단하고 심각하게 재밌어요… 진짜루..

— 이 책의 제목이 13과 67로 이뤄진 이유가 있어요. 주인공 형사가 2013년부터 1967년까지 만나고 해결하는 사건을 ‘시간 역순’으로 담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이것부터 신선한 설정인 것 같아요. 아예 초장부터 주인공의 미래를 보여주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니까요.

— 시간 역순으로 훑고 가면서 이런저런 사건을 보여주는데,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추리와 몇십 년에 걸쳐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까지 아주 아주 흥미로워요. ‘어, 이 사람 전에 그 사람 아니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아마 정신없이 읽다가도 앞이나 뒤를 왔다 갔다 하실 거예요.

— 엄청난 재미를 담은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찬호께이는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자기 작품에 여러 문제들을 녹이곤 해요.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현실을 조명하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근데 정말 이 작품 말고도 다른 작품 모두 너무 탁월한 작가라 이 작품을 읽은 후, ‘와 대존잼’ 하셨다면 다른 작품도 꼭 읽어보시길!



3.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옮김, 《진실의 10미터 앞》(엘릭시르, 2018)

— 요네자와 호노부가 자주 등장시켰던 기자, ‘다치아라이’가 등장하는 소설집입니다. 아마 여기서 소개한 책들 중 가장 코지한 편의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 죽지 않는 이야기도 있고 또 이 책의 주인공은 다른 책들처럼 형사나 범죄학 전공자가 아닌 ‘기자’라 아무래도 사건 중심보다는 외곽에서 사건을 보게 되거든요.

— 이 작품은 소설집이라 한 편 한 편 끊어 읽기가 좋다는 장점이 있어요. 각 편의 이야기들 모두 재밌지만 저는 ‘다치아라이’라는 인물 자체에 큰 매력을 느껴서 다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차갑고, 또 마냥 선한 인물은 아니지만 다치아라이의 행동이 굉장히 합리적인 선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또 각 이야기들이 아주 아주 촘촘하고 진짜 똑똑합니다. 와, 이걸 어떻게 썼지?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내? 하는 생각이 들죠. (아… 물론 추리물 읽을 때마다 하는 생각.. 대체 작가님들 이런 거 어떻게 생각하는지…)

— 극적인 사건이나 핏빛으로 물든.. 세상..을 보고 싶은 분들껜 좀 아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것보단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코지 미스터리를 찾으시는 분들께는 아주 딱일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재미가 덜한 건 아니니까요. 다치아라이를 접하고 그의 명석함에 감탄하실 수 있길!



그럼 오늘도 20000 끝냅니다. 손 번쩍 인사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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