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솔지책 Aug 06. 2021

여름은 원래 오싹해야 제맛

침대에 딱 붙게 되는 주말, 한 번에 읽게 되는 책들



이 책들을 좋아할 것 같은 분

1) 잔인하거나 무서운 내용을 읽을 수 있는 분

2) 페이지 터너 작품들을 좋아하는 분

3) 두꺼운 책도 재밌으면 잘 읽는다 싶은 분



1. 스티브 캐버나, 서효령 옮김, 《열세 번째 배심원》(북로드, 2019)

표지 문안에 스포 있음

조금만 간략한 내용 설명

— 미국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은 용의자를 검거합니다. 용의자는 피고인이 되고 모두가 그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생각해요. 증거도 있고 뭐 여러모로 그가 범인일 수밖에 없었거든요. 하지만 주인공 중 한 명인 변호인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 물론 여러분 예상대로!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이 범인은 정말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고 또 특이한 질병이 있어요. 고통을 못 느끼는 병입니다(찾아보니 실제로 전 세계에 200명 정도 앓고 있는 아주 희귀 질환이더라고요). 그게 범행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 사건의 사안이 크다 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참여재판이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배심원이 아홉 명인가 그런데 미국은 열두 명이에요. 그리고 동일하게 예비 배심원 한 명을 더 뽑기에 제목이 열세 번째 배심원이 되는 겁니다(배심원들 중 누군가 아프거나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한 명을 더 뽑는 거지만 예비 배심원은 평결을 할 권한이 없어요). 근데 미국의 배심재판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주 빡센 편이고 또 이런 사건의 경우 죄가 심각하게 무거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배심원 선정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아마 영화에서 많이 보셔서 알 거예요!)

— 그런데도 이 살인범은 자기가 저지른 사건에 태연하게 배심원으로 들어가려 하는 거예요. 배심원이 되려는 살인자와 진범을 밝히려는 변호사가 아주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재미 포인트

— 사실 저는 초반부까지는 좀 늘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여길 넘어가는 순간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갑니다. 전개 속도가 빠르거든요. 클라이막스로 마구 내달리는 느낌입니다. 크으.. 진짜 순식간에 엔딩을 보게 된다니까요?

— 일단 설정이 좀 독특해서 재밌었어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살인마가 자기가 저지른 사건의 배심원으로 들어간다? 이건 현실에서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정말 픽션적 재미가 상당했달까요.

— 미국은 배심제도가 워낙 발달돼 있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에서 종종 사용되는 소재긴 하지만, 이 책에서도 그런 점들이 잘 드러난 것 같았어요. 또 피고를 변호하려는 변호인의 마인드도 멋졌달까요. 유무죄를 떠나 누구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잘 실현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정말 여름 주말에 읽기 딱 좋아요!



2. 정해연, 《지금 죽으러 갑니다》(황금가지, 2018)

그럼 너 먼저 죽어.. 벌써 무서워…

조금만 간략한 내용 설명

— 무섭고 잔인한 걸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정해연 작가님의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저를 포함 제 주변에서 무서운 책의 척도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로 쓰는 책입니다..

— 제목에서 나타나듯 말 그대로 ‘죽으러 가는’ 사람들, 즉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 물론 만나서 자살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을 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 누군가 제공해준 공간으로 가게 돼요. 거기서 자살을 하려는 거죠.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습니다. 표지에 나와 있는 문구대로 갑자기 죽지 않으려는 사람, 무섭게 돌변하는 사람 등등이 생겨요.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 네, 이게.. 어떻게 말해도 스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재미 포인트

— 아, 일단 묘사가 충격적일 만큼 적나라합니다. 누군가 죽거나 죽이는 장면이 진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펼쳐져요. 이 책을 읽은 지 몇 년 됐는데도 여전히 두피 벗기는 장면이 있었다는 게 생각날 정도입니다….

— 징그럽고 적나라하지만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될 만큼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고 속도도 빠릅니다. 읽으면서 이런 게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정말 러닝타임 두세 시간짜리 영화를 시간 한번 확인 안 하고 본 느낌이었어요.

— 미스터리 스릴러들이 그렇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소름 돋는 반전이었어요. 제 주변에서도 예상을 못했단 사람이 더 많았고요.


주의사항

— 앞에서 말씀드렸듯 다소 수위가 높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감당 가능한 분들만 읽어보세요!


사족

— 정해연 작가님의 신작이 엘릭시르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무서워서 아직 못 읽었는데 먼저 읽은 지인이 “아, 12세 관람가~~”라고 해줬습니다.



3. 찬호께이와 미스터펫, 강초아 옮김, 《스텝》(알마, 2016)

표지가 2종입니다.

조금 간략한 내용 설명

—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 찬호께이가 미스터 펫이라는 작가와 함께 쓴 작품입니다.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SF 등 장르가 좀 많이 섞여 있어서 정신 똑띠 차리셔야 합니다.

— 찬호께이와 미스터 펫이 번갈아 썼지만 큰 줄기는 같습니다. 바로 범죄 예측 시스템이 도입된 미래 세계 이야기라는 거죠.

— 여기서 말하는 범죄 예측 시스템은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다분한 누군가를 미리 예측해서 구금하는 거예요. 그래서 범죄로 재판을 받으면 형량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일단 구금하고 그 사람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시뮬레이션을 돌려요. 시뮬레이션 결과는 수만 가지일 수도 있는데, 범죄를 저지르는 시뮬레이션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 계속 구금하는 겁니다.

— 이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와 갇혀 있는 재소자들 그리고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에요.


재미 포인트

— 이 책의 첫 이야기가 위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결과로 시작해요. 처음부터 몰입감이 아주 상당합니다. 범죄 시뮬레이션이다 보니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잔인하게 저지른 범죄가 세 건 정도 연달아 나오거든요. 아마 읽다 보면 이불을 찾고 계실 겁니다. 아, 무서웠어요.

— 이 작품에서 미스터 펫을 처음 접했는데 새로운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점도 재밌었어요. 좀 찾아보니 찬호께이 글이 더 좋았다는 사람이 많던데, 저는 미스터 펫 글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찬호께이는 늘 자신의 작품에서 인간의 악의와 사회의 부조리함,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게 더 부각됐던 것 같아요.

— 애초에 저 내용 자체가 저말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굉장히 잔인한 발상이잖아요? 어떻게 일어나지 않은 일로 무조건 구금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도 그걸 맹신해서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로 오인하고, 시스템을 이용해 해를 끼치고… 병폐가 많이 드러나는데 두 작가 모두 이 지점을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 읽다 보면 생각하실 거예요. 추천사에 쓰인 것처럼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라는 걸요.


사족

— 살짝 어려운 SF도 섞여 있어 난이도가 있는 편입니다. 근데 어려운 부분은 대충 넘기며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대세에 지장 없습니다.

— 매우 재미있는 작품이라 야심한 밤에 잡았다가 계속 페이지를 넘기는 바람에 이른 새벽에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초저녁쯤 잡으세요..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샐 수도 있으니까요..



한 주가 끝났네요. 시작되는 주말, 책들과 함께 빈둥대며 보내십쇼.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책 한 권 읽어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