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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Aug 10. 2021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원했던 온도

솔직담백유려 담뿍 담았지만 알맞은 에세이들


이 책이 맞을 것 같은 분들

1) 음식이든 뭐든 담백한 게 좋은 분(요즘 두부가 너무 맛있어요..

2) 책 읽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하는 분



1. 니시카와 미와, 이지수 옮김, 《고독한 직업》(마음산책, 2019)

“세간의 평가가 어떻든 나는 나로서밖에 살아갈 수 없다.”

표지는 <유레루> 스틸컷입니다.

간략한 내용 설명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권유로 영화를 만들게 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에세이입니다. 이름은 잘 몰라도 아마 <유레루> <아주 긴 변명> 같은 영화로 접하신 분들이 있을 거예요. 특히 <유레루>가 좀 더 유명한 것 같더라고요?

— 영화감독이 직업이고 또 이 책에 있는 글들 일부가 일본 영화잡지에 실렸던 글이라 영화 이야기가 좀 있어요. 관객이 보는 영화는 두 시간짜리 영상이지만 그 영상을 만들기까지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마음과 사정을 얘기해줬달까요. 어쨌든 전반적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풀어낸 이야기가 많습니다.


추천 이유

— 이 책을 꽤 여러 명에게 선물했는데, 그 이유는 호불호가 거의 없는 문체여서 그랬어요. 무미건조한 문체라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정말 적당하고 알맞은 언어를 찾아내 일상적으로 표현해줬다는 말이에요. 읽으면서 ‘아, 이 마음 뭔지 알아!’라고 여러 번 생각했는데, 그게 과장된 수사나 비유 없이 쓰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 스크린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글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저는 일반 관객이다 보니 영화를 스크린으로밖에 접할 수 없잖아요? 근데 그 스크린에 영화를 담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재미있고 짜임새 있게 들어가서 그 세계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었거든요. 시네필은 아니지만 어떤 영화는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게 특히 좋았어요.

— 저자의 태도도 좋았어요. 왜 예술한답시고 세상일을 하찮게 본다거나 예술이 아니면 별거 아닌 것 취급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잖아요? 근데 저자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걸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요. “어차피 영화야, 라고 절실히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그냥 언젠가 영화로 훌쩍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이 생기면, 그럴 때를 위해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너무 멋지지 않나요..? (3.11 동일본 대지진 꼭지는 정말 좋은 꼭지입니다..)

— 한 편의 글이 길지 않아 틈날 때마다 읽어도 좋아요. 또 에세이라 한번에 다 읽지 않아도 흐름상 전혀 지장이 없고요.

— (하지만 저는 너무 내려놓기가 싫어서 볕 좋은 주말에 다 읽어버렸어요. 온도가 적당하고 맛이 세지 않으며 몸에 좋은 차를 오래오래 마신 느낌이었습니다..)


좋았던 문장 하나

“크게 믿은 뒤에는 크게 의심하고 싶다. 의심하고 덤벼드는 태도야말로 숭상해온 대상을 대하는 가장 진지한 자세라고 생각하니까.”



2. 류대영,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 2016)

“자신의 왜소함을 체험한 사람만이 남을 이해하고 전체를 생각할 수 있다.”

간략한 내용 설명

— 한동대학교 류대영 교수가 쓴 인문 에세이입니다. 신학도 공부를 하셨고 또 한동대학교가 기독교 학교라 종교 이야기가 꽤 등장하는 편이지만 종교가 없어도 생각해보며 읽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 한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포항에 사는 현재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들어 있는 책이에요. (표지에 있는 작은 글들이 다 책에 있는 꼭지 제목들입니다.)

— 사랑과 우정, 노화, 사회적 격차, 세월호 등 다양한 현안과 문제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추천 이유

— 좋은 책인데.. 잘 안 팔린 것 같습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워.. 어떻게든 한 명에게라도 더 발견되면 좋겠다 싶었고요.

— 가장 큰 이유는 약간.. 음.. 왜 가끔 교수님들 중에 산신령 같거나 모든 인간사를 초월한 것 같은 분들 있잖아요? 언제나 허허.. 하시는 어떤 노교수의 이미지요. 물론 류대영 교수님은 노교수라고 칭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이지만(..교수님 죄송..) 저는 책을 읽으며 소탈하고 뭐든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노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어요.

— 책을 읽는 동안 뭔가 제가 걱정하고 있던 문제나 고민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물론 그 문제들이 눈앞에서 사라진 건 아니지만 좀 여유를 갖고 바라보게 됐던 것 같아요. 마음도 좀 차분해지고요.

— 뭐든 다 아는 어른은 아니지만 뭐든 잘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어른과 좋은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어요. 아주 자주 현실의 사람보다 책이 더 친근하고 편하게 느껴지는데 이 책이 그런 것 같습니다.


사족

— 이게 양장이고 한 꼭지 길이가 좀 긴 편이라 갖고 다니며 읽기엔 좀 힘드실 거예요.

대신 자기 전에  꼭지씩 읽고 자면 잠도  오고 아주 풍족한 마음으로 잠드실  있을 겁니다!


좋았던 문장 하나

 “먹고, 싸고, 일하고, 자는 일로 대표되는 일상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고, 무한히 반복되어 지겨우며, 그것 없이는 살 수 없어 살아 있는 한 벗어날 길이 없다. 인간의 삶은 일상의 연속이다. 한평생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이 일상이다. 따라서 삶을 잘 살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얼마 되지 않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잘 살아가는 데 있다.”



류대영 교수님 말대로 일상을 충만하게 보내실 수 있길!

그럼 2000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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