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봐야 할 사회적 질문을 담는 책
이 책들을 좋아할 것 같은 분
1)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구입한 적이 있는 분
2) 우리 사회를 둘러싼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분
1. 가키야 미우, 김난주 옮김, 《70세 사망법안, 가결》(왼쪽주머니, 2018)
간략한 내용 설명
— 제목부터 강렬하죠? 제목에 나와 있는 대로 ‘70세에 사망하는 법안이 가결’된 어느 미래의 일본을 그린 소설입니다.
— 여기는 한 가족이 주축이 되어 나오는데요, 그 가족 중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인 중년 여자가 주인공입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를 하던 주인공 ‘도요코’에게 ‘70세에 사망해야 한다는 법안’은 한 줄기 빛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어머니가 죽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돼요. 도요코를 뺀 나머지 가족은 정말 자기 생각만 하거든요. 아픈 현실을 마주한 도요코는 집을 나갑니다.
— 집은 엉망진창이 돼요. 엄마가, 아내가, 간병인이 사라졌으니까요. 그간 도요코가 견뎌왔던 생활 그리고 어쩌면 타인보다도 훨씬 더 먼 가족에 대해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문제
— 뭐 아주 총체적 난국인 이야기일 정도로 여러 문제가 등장합니다. 모두가 다 아는 고령화, 노노간병(노인이 노인을 간병하게 되는 걸 일컫는데, 사실 한국도 이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죠), 가부장제, 세대 간 갈등, 성차별 등등 정말 많이도 나옵니다.
— 저는 읽으면서 ‘62년생 도요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도요코였다면 자식이고 남편이고 진작 다 버리고 뛰쳐나왔을 것 같더라고요. 주부, 여성, 엄마, 아내에게만 지워지는 짐이 너무 많았어요. 너무 답답하고 울화통이 치밀었습니다.
— 일본의 이야기지만 전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한국도 아주 똑같은 상황을, 어쩌면 더 심각하게 겪고 있을 겁니다. 특히 고령화, 그로 인한 노노간병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만 같아요.
— 이 책이 실제 현실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2. 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창, 2018)
간략한 내용 설명
— 띠지에 나와 있듯 너무 호평을 많이 받은 책입니다. 접한 분이 많을 것 같긴 하지만 ‘사회문제’ 하면 이 책을 빼놓을 수가 없었어요.
— 저자인 한승태님이 실제로 닭, 돼지, 개 등을 키우고 죽이는 곳에서 일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고기로 태어난’ 이들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기록한 르포르타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문제
— 사실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서 나오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입니다. 자기들 맛있는 거 먹겠다고 닭들을 케이지에 가둬 키우고, 개들에게 평생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고, 닭의 부리를 자르고, 돼지를 때리고… 전 이 책을 읽고 한동안 계란조차 멀리했었어요. 그걸 먹는 제가 너무 싫었거든요.
— 또 심각한 문제는 역시 ‘공장식 축산’이겠죠. 닭이든 돼지든 개든 가둬놓고 공장처럼 키워내는 거요. 이들에겐 어떤 자유도 주어지지 않아요. 인간의 입으로 들어갈 음식을 위해 아주 좁은 곳에 갇혀 잔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 이 책에서 인상 깊게 남았던 것 중 하나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존재였던 것 같아요. 돈을 벌러 한국으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은 아무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곳에서 적은 돈을 받고 일합니다. 저자도 그들과 함께 기숙 생활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지 않다는 걸 여기서 또 느끼게 됩니다.
사족
— 여러모로 고통스러운 책이에요. 하지만 고통을 직시해야 또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천자오루, 강영희 옮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사계절, 2020)
간략한 내용 설명
— 이 책의 부제는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예요. 부제 그대로 대개 관심 갖지 않고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를 책 한 권 내내 계속 말합니다.
— 타이완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던 저자, 천자오루가 다양한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고 또 이런저런 자료들을 읽으며 알게 된 이야기들을 쓴 책으로, 장애인과 장애인의 사랑,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성소수자 장애인 등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문제
— 일단 이 책은 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계속 말해줘요.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면서 그 ‘누구나’에 장애인이 포함되는 게 맞냐며 꼬집기도 하죠.
— 장애인들이 겪는 여러 성적 욕구에 대해서도 말해줍니다. 역시 비장애인과 똑같은 욕구를 느끼지만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몇몇 나라에서는 그들을 위한 ‘성 서비스’가 있기도 하대요.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고 주장이지만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김원영 변호사의 말대로 “저자의 분명한 의도는 장애인의 성은 이러한 무수한 논란들 가운데서도 말해져야” 한다는 것 같아요.
사족
—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안 그런 척하며 살았지만 사실은 나도 장애인들의 사랑은 어렵다고 생각한 비장애인 아니었을까? 왜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사랑도, 섹스도 잘 모르고 성적인 욕구도 별로 못 느낄 거라고 단정했을까? 같은 질문도 많이 했습니다.
— 장애인을 비롯한 많은 소수자가 처한 현실이 계속해서 말해져야 세상이 좀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 모두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더 그렇고요.
— 주제가 무겁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책은 아주 잘 읽힙니다. 추천해요!
그럼 20000 끝!
모두 평온하고 포근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