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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Sep 22. 2021

이거 하나면 됐다 됐어

있을 거 다 있는 딱 한 권



이 책이 맞을 것 같은 분

1)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된 책이 좋다 하시는 분

2)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책을 선호하는 분

3) 올해 책을 한 권도 안 읽으신 분



존 치버, 박원영 옮김, 《존 치버의 일기》(문학동네, 2016)

"나는 나 자신이 되려는 나 자신을 거부한다."

흰색 부분은 북커버예요. 커버를 벗기면 치버가 타자기를 치고 있습니다.


간략한 내용 설명

— 미국 작가 존 치버의 일기를 묶은 책입니다.

— "존 치버가 1940년대 말부터 198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 35년간 써내려간 일기 중 일부"가 실렸다고 해요. 그가 남긴 일기 중 대략 20분의 1 정도만 꼽은 거라고 합니다.



좋았던 점

끊어 읽기가 좋아요. 거의 천 쪽에 달하는 아주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존 치버의 일기를 옮긴 것이라 짤막짤막하게 끝나는 부분도 굉장히 많아요. 또 어디에서부터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고요.

— 우린 모두 다 한낱 인간일 뿐이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존 치버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지만 그에게는 많은 아픔이 있었어요. 양성애 성향을 괴로워했고 삶을 버거워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작가도 이럴 땐 아파하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위로도 많이 됐던 것 같아요.

— 박상영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소설의 쓸모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적어도 제게 있어서 소설은 천지에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에 사로잡혔을 때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고독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매체"라는 답을 하더라고요. 저는 존 치버의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일기라 그런지 굉장히 솔직합니다. 치버가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에 놀러 갔던 이야기를 쓴 부분이 있는데요, 치버가 이런 이야기를 써놓았어요.

"여기서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자니 너무나 행복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칫 철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빠질 경우 구하러 뛰어들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두렵다. 난 겁쟁이다."

— 이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구나,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다칠까 봐가 아니라 아이들을 구하러 (내가) 뛰어들어야 하는 사태가 올 게 두렵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건 역시 소설이나 일기뿐일 것 같아요.

— 정말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다 만날 수 있어요. 치버가 겪었던 일들, 그 일로 인해 느끼는 감정, 만났던 사람들, 그들에 대한 인상 등에 대한 묘사를 보다 보면 마치 제 삶도 종이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일기를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 좋은 문장이 많습니다. 일기에서도 이렇게 좋은 글을 썼으니 유명한 작가가 될 법도 하다, 이런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요. 분량 때문에 값이 꽤 나가는 책이지만 진짜 정말로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사족

— 천 쪽에 달하다 보니 책이 아주 두껍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언제 다 읽지? 하실 수 있어요. 저도 그랬던 것 같거든요. 하지만 자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새 페이지 넘기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 이걸 다 읽었을 때 밤마다 만났던 친구와 이제 다시는 못 만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좀 울적해졌거든요. 돈과 시간 모두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책이니 꼭! 읽어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 치버가 쓴 문장으로 맺습니다. (너무 좋은 문장이 많아 하나만 꼽기가 어려웠어요....


욕실 창가에 서서 난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항상 2인자의 위치에 만족해왔다는 사실은 잊어버리자." 나는 나 다음에 올 사람보다 낫진 않지만 과거의 나보다는 낫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냅니다!

이만 총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19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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