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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Sep 12. 2021

맑은 가을 하늘에 편지를 띄워

오로지 ‘너’만을 위한 마음을 담은 책들



이 책들을 좋아할 것 같은 분

1) 격정적이지 않아도 마음이 담긴 것들을 좋아하는 분

2) 타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분



1. 앙드레 고르, 임희근 옮김, 《D에게 보낸 편지》(학고재, 2007)

“2007년 9월 22일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앙드레 고르와 도린의 사진이 표지입니다.

간략한 내용 설명

— 사상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앙드레 고르가 ‘D’, 그러니까 자신의 아내인 ‘도린’에게 보냈던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 여러 편이 아닌 단 한 편의 편지로 추정돼요. 도린을 만나기 이전까지의 삶, 도린을 만나고 나서 느꼈던 감정, 도린과 함께했던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좋았던 점

—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이 담겨 있어요. 이 책으로 앙드레 고르를 처음 알았는데, 정말 도린을 향한 사람이 말로 못 다할 정도더라고요. 글로 표현하긴 했지만 글보다 더한 마음이 담겨 있었어요. 이런 사랑 앞에서 저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습니다.

— 담담하지만 그래서 더 큰 임팩트가 있었어요. 사랑을 포장하는 온갖 미사여구가 나돌지만 상대를 향한 마음이 단단하다면 이렇게 담백하고 담담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더라고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무의미하긴 하지만 굳이 진짜를 고르자면, 고르의 사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족

— 100쪽도 안 되는 굉장히 얇은 책이지만 편지 한 편의 분량으로는 어마어마하죠? 이런 편지를 적어 내려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지,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 앞에 썼듯 둘은 함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르와 도린은 만나고 이후부터는 서로가 없는 삶을 단 하루도 살지 않은 셈이 되죠. 소설가 김훈의 추천사를 일부 덧붙입니다.


이 경이로운 사랑은 기다림이나 그리움 같은 결핍의 운명에 함몰되지 않는다.
이 사랑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마다 생명 속에 가득 차서 삶으로 발현되는 사랑이다.
그렇게 발현되는 사랑의 힘이 삶을 지탱해주고 삶을 전환시킨다.




2. 윤이상,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남해의봄날, 2019)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내가 당신의 사랑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오.” (1958년)



간략한 내용 설명

부제에 있듯 1956년부터 1961년까지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이 아내에게 썼던 편지를 한데 모은 책입니다.

아마 윤이상 선생님이 유학  있던 시절에 거의 매일 편지를 쓰셨던  같아요. 추린 거일 텐데도 편지가  많습니다.


좋았던 점

— 윤이상 선생님은 정말 사랑꾼입니다.. 제가 과거의 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치가 없는 모양인지,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을 읽으며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었어요. 편지를 맺으실 때마다 “열렬한 뽀뽀를 보내오” “당신의 낭군이” 같은 표현을 쓰시더라고요. “열렬한 뽀뽀”라니,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 당시의 시대상이나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을 알 수도 있어요. 여기 실린 편지에는 윤이상 선생님이 백남준 선생님을 처음 조우한 얘기도 나오는데, 그럴 수 있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괜히 신기하더라고요. 또 클래식이라는 서양 음악을 공부하는 동양인의 어려움도 좀 표현되기도 해요. 타지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족

—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포옹과 뽀뽀를 가득 담아 편지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읽은 김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편지지를 사보세요!




답장은 나오지 않는 책들이지만 발신인의 마음만으로도 정말 충분한 책이더라고요.

답이 없어도 어떤가 싶어요. 마음을 보낸 걸로 됐다 싶습니다.

적당한 볕과 그보다 더 알맞은 바람이 가득 찬 하루가 이어지네요.

모두들 잘 즐기고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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