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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Sep 02. 2021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

잊지 않기 위해 복기하는 타인의 삶


이 책들이 맞을 것 같은 분

1) 역사책은 어쩐지 어렵게 느껴지는 분

2) 거시적인 흐름보다 역사 속 개인에게 더 끌리는 분



1. 박정윤, 《나혜석, 운명의 캉캉》(푸른역사, 2016)

“여자도 사람이외다!”

간략한 내용 설명

— 1948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한 화가이자 여성 운동가였던 인물, 나혜석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팩션’입니다.

기본적으로 사실에 기반하지만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을 추가했고, 그들의 시선과 나혜석의 삶을 교차로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좋았던 

이 책 덕분에 존경할만한 여성 인물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요즘은 여러 책에서 나혜석의 글이 등장하지만 제가 이 책을 읽은 건 벌써 몇 년 전이고 ‘나혜석’이라는 인물을 전혀 모를 때였어요. 책을 읽으며 1900년대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이렇게나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이 존재했구나,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도 못할 행동들을 거침없이 하는 ‘나혜석’을 보며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고 이후 관련 책들도 많이 사모았던 것 같아요.

나혜석뿐만 아니라 1900년대 초중반의 한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이에요. 한국사를 다루는 책은 정말 정말 많지만 사실 역사책, 하면 어렵게 느끼시는 분이 많잖아요?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고 소설인지라 당시 역사적 배경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더라고요. 나혜석이 한국에 있던 기간이(일본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고 무려 100년도 더 전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던 분이라 한국에 없던 기간도 꽤 돼요. 정말 대단하죠?)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한국전쟁 발발 직전까지 포함하기에 꽤 많은 시기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나혜석의 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팩션이긴 하지만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나혜석이 쓴 유명한 글 <이혼고백서>, <모(母)된 감상기> 등을 읽을 수도 있어요. 관심이 생겨도 나혜석 글만 따로 사거나 읽기엔 힘들 수 있는데, 그런 점까지 충족했다고 봅니다.


사족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정말 놀라워했어요. 2020년대에 사는 지금의 제가 할 수 없는 일도 많이 하신 분이거든요. 삶의 끝은 씁쓸했지만 그 정신만큼은 여전히 숭고하다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쉽게 잘 읽히고 의미도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안 팔린 것 같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구매해서 읽어보세요!



2.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문학동네, 2020)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있는 ,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있는 ,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있는 . 사람이 누릴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무엇도 하지 않을  있는 힘이었다.”

간략한 내용 설명

— 거의 모든 사람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웠을 시, <나의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쓴 시인 백석의 삶 일부를 소설화한 책입니다.

띠지에 나와 있듯 김연수 작가가 굉장히 오랜만에  장편소설이었어요.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일본과 서울을 오갔던 백석이 북한에 정착했을 때의 일을 다뤘습니다.


좋았던 

시로만 접하던 시인의 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어 좋았어요. ‘백석’이라는 이름을 정말 많이 접했지만 시 뒤에 있는 이야기들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별로 없잖아요?(저희만 그런 거 아니죠..) 물론 이 책은 소설이지만 그가 시를 쓰던 당시의 상황, 이후 북한에서의 황폐한 생활 등을 엿볼 수 있긴 하거든요. 많이 씁쓸하고 가슴 아프긴 했지만요.

창작자들에겐 특히 잔인했을 북한의 당시 사회 모습 볼 수도 있었어요. 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 말하라는 것을 말하고, 쓰라는 것을 써야 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시인으로서 그런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요? 자신 있게 밀어붙이기엔 목숨이 위태롭고요(여기서 많은 동료 문인이 여기저기로 사라지고 핍박받곤 합니다). 백석은 강요에 맞춰 쓰려고 하지만 결국 안 하는 편을 택하고 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배 비슷한 것도 당하게 되고요.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 있어요. 계속 붙들고 있는 책 중에 조선희 작가가 쓴 《세 여자》라는 책이 있어요. 한창 사회주의가 한국을 휩쓸던 당시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여성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 그 책과 이 책이 좀 맞물려 보이기도 하더라고요(아직 완독하지 못해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요.. 올해 안에 완독할 수 있으려나요..). 모두가 잘살고 싶어 하던 마음이 계속 남는 건 불가능한 것인가? 결국 누군가를 탄압하지 않는 사상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런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족

읽으면서 느꼈지만 김연수 작가만이   있는 얘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깊은 문체도 그렇지만 신인 작가들이 백석에 대해 쓰면 잘 안 팔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좀 무거운 책이긴 한데요, 한 꼭지 꼭지마다 굉장히 잘 끊어놓아서 다음 장으로 자꾸 넘기게 됩니다. 생각 외로 잘 넘어가서 아주 놀랐네요.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어야 하는 추운 계절이 슬슬 오고 있는 것 같아요.

기온이 어쨌건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고 건강하시길!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냅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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