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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Aug 26. 2021

전부였던 너 아무것도 아닌 너

아릿하고 쌉쌀한 어른의 연애를 그린 책


이 책들이 맞을 것 같은 분

1) 아직 아닌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진 분

2) 마음을 내보이는 게 전보다 더 어려워진 분



1. 서유미, 《홀딩, 턴》(위즈덤하우스, 2018)

“나중에 이 장면을 떠올리며 이 시기를 돌아보면 무엇이 생각날까. <라 붐>의 장면들 같지 않으리라는 건 확실했다.”


간략한 내용 설명

— 아마 소설의 시작이 주인공인 ‘지원’과 ‘영진’의 미적지근한 온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시작부터 결론을 보여주고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지원과 영진은 포크댄스 동호회에서 만났어요.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조금씩 천천히 가까워집니다. 기다리고, 애태우고,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들이 있었죠. 지원은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거듭되는 영진의 결혼하자는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 책 소개를 다시 보니 5년의 결혼 생활이라고 나와 있더라고요. 5년은 얼마나 길고 또 짧은 시간일까요? 둘은 그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체념하는 법을 배웁니다. 둘에게 결혼은 끝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애의 말이 거듭되는 생활이 아니었어요. 거듭된 체념은 결국 둘을 이혼에 가닿게 만듭니다.


인상적이었던 점

— 결혼과 이혼이란 게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싶었어요. 물론 결혼과 이혼에 대해 다루는 책은 너무 많지만 《홀딩, 턴》은 사귀게 된 연인이 어떻게 결혼을 했고, 또 어떻게 이혼에 가닿는지가 주축이 되어 나와서 좀더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나를 설레게 하는 얘와 결혼하면 어쩜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같은 생각이랄까요.

— 사랑이 생겼다 사라지는 과정이 현실적이었어요. 왜 마음은 영원하지 못할까요? 그래서 마음인 걸까요? 정말 어렵습니다.


사족

— 이건 아주 개인적인 경험이었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 봄이거든요. 이런 정보를 전혀 모르고 저도 언젠가 봄에 이 책을 읽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려 벚꽃이 가득한 길을 책을 읽으며(전자책으로 읽었습니다) 천천히 걷는데 마침 제가 읽던 부분이 딱 그런 장면이었어요. 벚꽃 가득한 길을 지원이 걷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시공간적 배경이 책 속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잖아요? 그래서인지 봄만 되면 이 책이 생각나요.



2. 손원평, 《프리즘》(은행나무, 2020)

“마음이란 건 언제나 그냥 달려나가버린다.”

간략한 내용 설명

—  《아몬드》로 이름을 떨친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남녀 4명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입니다. 인물들은 모두 얽혀 있고, 이들의 관계와 마음은 사계절에 걸쳐 서서히 혹은 급격히 바뀝니다.

— 4명이 나오긴 하지만 가장 주축이 되는  30 중후반인 ‘재인 ‘도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둘은 20  만난 사이예요. 사귄  아니었지만 서로 좋아한다는  알고 있었죠. 그런데 좋아한다고  잘되는  아니잖아요. 재인과 도원도 그렇게 엇갈렸고 시간이 흘러 재인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이혼도 하게 돼요. 모두 깔끔하게 잊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시간이 지난  둘은 아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됩니다.

— 또 다른 주인공 두 명은 20대 ‘호계’와 ‘예진’입니다. 둘은 동네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지만 호계가 조금씩 예진에게 감정을 느껴요(쓰고 보니 재인과 도원이 어렸을 때의 모습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네 명 모두 각자 조금씩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상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언제나 상처는 절대적인지라 그 때문에 마음을 닫기도 하고 아파도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점

— 이상한 우연과 재회가 좀 슬펐어요. 서로 마음속에 품은 꿈을 향해 몸과 마음과 시간을 모두 던지고 있던 20대에 만난 재인과 도원이 10년이 넘은 30대 중반에 너무 의도치 않게 다시 마주친다는 게 뭔가 좀 더 아릿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아, 왜 그때였을까요?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혹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 나이가 드니 마음껏 내달리지 못하는 마음들이 잘 표현됐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해야 할 게 많아지잖아요? 이 좋음과 설렘이 영원하지 않을 것도 알고, 지금 좀 좋다고 마구 내달리면 어쩌면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르고… 많은 생각 때문에 갈수록 뜨거운 연애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아니, 좋으면 좋은 거지, 왜 그렇게 다들 생각을 하지?’ 했는데! 정말 계속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내달리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접지도 못하는 마음이라니… 나이가 들수록 계속 어리석어지는 것 같아요.


사족

— 이 책이 처음에는 좀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졌는데요(예를 들면 너무나 큰 우연들이 겹치는 것, 호계 같은 캐릭터 등),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행복하고 잘 맺어지는 연애는 현실에 좀처럼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약스포..)





마음이 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갈수록 더 망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신중해진 건지, 현명해진 건지, 두려움이 많아 겁쟁이가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어차피 계속 모르겠죠? 그러니 어느 쪽에 계시든 몸이라도 편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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