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가 지나면 내려놓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출근 못 합니다.
이 책들이 맞을 것 같은 분
1) 재밌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분
2)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들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분
1. 세라 워터스, 최용준 옮김, 《핑거스미스》(열린책들, 2016)
간략한 내용 설명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주축이 되는 주인공 캐릭터들과 서사의 흐름 정도는 비슷한데요, 나머지는 아예 다르다고 보셔도 돼요. 일단 시/공간적 배경이 확연하게 다르고 중간중간 달라진 부분도 꽤 있어요. (숙희를 기대하시면 안 되지만 어쩐지 자꾸 저도 모르게 숙희 얼굴을 떠올리며 읽었네요..)
— 영화 <아가씨>를 보신 분들이라면 내용은 대충 아실 거예요. ‘막대한 재산을 가진 아가씨와 그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요. 책도 똑같으니까 여기까지만 쓸까 봐요.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 서사에 엄청 큰 힘이 있어요. 사실 딱 집어 말하기가 좀 힘들지만 대단한 점은 제가 대충 기승전결을 다 알고 있는데도 진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페이지 터너라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 두 여자의 이야기와 심리..! 으.. 정말 오묘한 심리와 각자의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켰는데 심지어 자세하게 진행되니까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아,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아, 나 자야 되는데.. 아.. 근데 여기까지만 읽어야지.. 이렇게 반복하면서 간신히 책을 내려놓곤 했는데 결국 다음 날 와서 다 읽어버렸어요.
사족
— 저는 원래 판본이 아니라 특별판 판본으로 읽었었어요. 그래서 좀더 두껍고 작은 판본이었는데 두께가 무색하게 아주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입니다!
2. 레이먼드 조, 《마지막 소년》(엘릭시르, 2021)
간략한 내용 설명
— 띠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누아르 하드보일드 (약간의) 성장소설'로 초초초신간입니다. 누아르와 하드보일드야 자주 함께 쓰이지만 보통 성장소설이랑은 묶여 쓰이는 표현은 아니라 의아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왜 '성장소설'이라 이름 붙였는지 알겠더라고요.
— 제목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한 '소년'(미성년)이고요.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조폭이 되어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어요.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들이 있고 주인공은 그 가운데서 사랑하는 이들을 믿고 지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 촌스럽지 않아요. 사실 저는 누아르 하드보일드를 몇 년 전부터 읽지 않았습니다. 좀 찾아 읽다가 어느 순간 너무 촌스럽고 별로인 것 같아 질려버렸거든요. 욕설도 많이 나오고 또 상투적인 장면들이 꽤 있다 보니 이게 조절을 잘 못하면 한 끗 차이로 촌스러워지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그 선을 아주 아주 잘 지켰습니다. '어, 촌스러울 것 같은데?' 하는 장면들이 그렇지 않더라고요.
— 속도감이 엄청납니다. 하드보일드들이 원래 단문으로 많이 치고 나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 더해 시각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데도 꽤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저자 인터뷰와 책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니 저자분이 실제로 영상 쪽에서 일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엄청나게 빠릅니다. 영화 속 싸우는 장면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 어린 주인공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사실 정말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느끼긴 했는데, 그런 사람이 주인공이라 굉장히 잘 읽히고 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아주 어린 나이에 조폭이 됐고 또 행복하지 않은 집에서 자랐지만 삐뚤어진 면이 거의 없달까요? 치기도 별로 없고, 허세도 없고, 불의에 저항하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고. 나쁜 건 거의 없는 인물이라 아주 잘 읽혔던 것 같아요. 이 주인공 덕에 '성장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거고요.
사족
— 위에서 말씀드렸듯 잔인한 장면이 꽤 있습니다. 워낙 속도감이 있다 보니 저는 그런 부분들은 막 달리면서 그냥 대충 읽긴 했는데 거부감 있는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소재상 PC하기 좀 어려운 책인데 이 책은 그래도 PC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순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왠지 위 책들이 비 오는 이번 주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잠은 자고 책 읽으셔야 하니 절대 밤에 집지 마십쇼!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냅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