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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Oct 15. 2021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내가 내 기분을 알 수 없을 때 필요한 말들



이 책들이 맞을 것 같을 분

1)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꽤 있는 분

2) 해답보다는 설명이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분

3) 장녀

*글 제목은 빈첸의 노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feat. 우원재)>에서 따왔습니다.



1. 다미 샤르프, 서유리 옮김,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동양북스, 2020

“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일은 삶에서 필연적이다.”

표지는 좀.. 그래요..


간략한 내용 설명

— 독일의 심리치료학자이자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가 쓴 심리학 책입니다. 현재 겪는 문제를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설명하는 책이에요.

— 요즘 워낙 쉬운 심리학 책이 많긴 한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쉬운 편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 쓰인 단어나 문장이 굉장히 단순하고 간결해요.


좋았던 점

— 사실 저는 언젠가부터 심리학 책을 잘 읽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답이 뻔하기도 하고 저도 다 아는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그런 걸 몰라서 같은 잘못을 또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는데 마음과 행동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하는 거죠.

— 어디서 이 책을 알게 된 건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책도 역시 같은 마음으로 집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무슨 말인지도 알겠고 저도 대충 알고 있는 내용들인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제가 알았지만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되짚을 수 있기도 했고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되뇔 수도 있었고요.

— 메시지가 굉장히 명쾌하기도 합니다. 현란한 수사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단번에 와닿는 게 있더라고요. 여러 번 곱씹게 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의 심리 상태나 행동을 설명하는 책은 확실히 단순하고 명쾌해야 한다는 걸 느끼기도 했어요.

— 어떤 부분들에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서너 가지 지침?이랄 게 나오는데요. 제가 이 부분들 중 하나를 SNS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많은 사람이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정말 대단할 게 없는 메시지인데도 저 포함 사람들이 반응하는 거 보면 정말 이런 말을 남에게도 듣지 못했고 스스로에게도 전혀 해주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족

— 왜 남들의 기분과 감정을 위해 나의 시간과 기분을 망치는 건지, 왜 사랑을 담뿍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지, 왜 자꾸 마음의 어깃장을 놓는 건지… 살면서 이런 것들을 참 많이도 반복하며 살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왜 그랬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고치는 건 어렵고 제 마음을 제 마음대로 하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책을 읽던 순간만큼은 아픈 마음들을 잘 봉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았던 문장 하나

“마음을 준다고 해서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다. 꼭 뭔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내 존재는 가치가 있다.”



2. 리세터 스하위테커마르/비스 엔트호번 지음, 이상원 옮김, 《첫째 딸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았지만》(갈매나무, 2018)


간략한 내용 설명

제목 그대로 ‘첫째 ’, 장녀들을 타깃으로  심리학 책입니다.

— ‘K-장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장녀들은  고통과 빡침을 호소하는데  책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책이에요.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장녀들은 국적 불문하고 고통받는다는 것을요..


좋았던 점

제목에 홀려  책이정말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읽으면서 눈물이 글썽일 도의 위로를 받곤 했었어요. 일단 ‘, 나만 이런  아니었다라는 안도감이 가장 컸던  같고요,  번째는  세계 모든 장녀가 고통받고 있다는  알게 돼서였습니다. 우리집이 나를 주워와서가 아니었구나.. 다들 이런  힘들어했구나.. 하면서 몰랐던  알게   가장 좋았어요.

— 이건 좋았다기보다 놀라웠던 건데요, 이 책에 의하면 장녀뿐만 아니라 오빠를 둔 여자 둘째도 장녀의 역할이 주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 둘째가 막내여도 마찬가지고요. 읽은 지 꽤 되어서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막연히 짐작만 했던 것을 사실로 알게 되어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책을 읽고 당시 친하던 회사 동료(역시 장녀)에게 ‘진짜 이상하게 위로받는 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동료주변 장녀들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만 좋아한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 무엇보다 저는 제가 늘 뭔가를 먼저 하는 게 정말 심하게 억울했거든요. 제 동생은 다른 동생들에 비하면 더 애처럼 구는 면이 많아서 집에서는 아직도 ‘네가 언니니까’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요. 근데 이런 현상이 다 나오기만 하는 것으로도 좀 통쾌한 부분이 있었어요. (몇 달 전에는 자꾸 동생을 챙기라는 엄마한테 “나도 엄마 딸인데 왜 나한테만 챙기라고 해!” 하면서 화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 책이 생각났답니다..)


사족

— 다만 장녀인 제가 불편할 정도로 장녀를 찬양하거나 추켜세우는 부분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연구를 진행한 두 사람 모두 장녀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모든 장녀가 같진 않으니 당연히 저와는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 정도 불편함이나 단점은 책 내용에 비하면 별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바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는데..

알고 보니 꽤 오랫동안 업로드를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걸 알고 나니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괜히 스스로가 너무 게을렀던 것 같아 반성했습니다.

(아, 이 역시 저 책에서 말한 장녀의 특성 같아요.. 기후변화마저 자기 탓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장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모두 이 천고마비의 계절을 잘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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