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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Nov 09. 2021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비로 물든 책


 책이 맞을  같은 

1) 비오는 날을 좋아하시는 분

2) 빗소리 ASMR을 즐겨 듣는 분

3) 새로운 지식 습득을 즐기시는 분



신시아 바넷, 오수원 옮김, 《비(RAIN)(21세기북스, 2017)


간략한 내용 설명

이 책의 부제 그대로 ‘자연과 문화와 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를 담은 책입니다.

사실 어느 나라든 농업을 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는데, 농업에서 정말 중요한 건 비잖아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알았지만 그래서인지 일명 ‘기우제’에 관련된 세계 각국의 여러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또 비의 모양이나 비와 관련된 구름 기타 등등 정말 비에 관한 모든 것이 등장하는 책입니다.



좋았던 

블락비 피오 님이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던데요, 저도 비를 좋아해서 이 책이 좋았어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비가 안 와도 하루 종일 비에 젖어 있는 느낌이 든달까요? 어느 장을 펼쳐도 ‘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이니 그럴 수밖에요.

비가 묘사되는 도 많이 인용되어 있어요. 의식하지 못했던 거지만 대개 많은 책에서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경우 어떤 복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묘사들을 모아 분석하는 부분이 있었는데(비와 문학, 이라는 장이었던 것 같네요) 굉장히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중 인상적이었던 거 몇 개는 1) 시애틀이 비가 많이 와서 도시의 상징으로 우산이 쓰이기도 하는 곳이지만 사실 그보다 비가 더 많이 오는 도시도 있다는 것 2) 강수량이 엄청난 도시에 사는 문인들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유난히 작품에 비 얘기, 우울한 요소 등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 등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예 무지했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됐어요.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빗방울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뼛속까지 문과고, 어쩌면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가 알고 있던 빗방울 모양과 진짜 빗방울 모양은 다르더라고요. (아래 내용에 따르면 표지에 있는 빗방울 모양도 틀렸어요!!)

우리는 비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모른다. 빗방울의 모양을 예로 들어보자. 대개의 사람들은 빗방울이 수도꼭지에 매달린 물방울처럼 위쪽 끝이 뾰족하고 아래쪽은 둥근 모양으로 떨어지리라 상상한다. 그러나 실상 빗방울은 작은 낙하산 모양으로 떨어진다.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이 둥근 모양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기로부터 압력을 받아 아래쪽이 불안정해지면서 평평해지고 찌그러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클라우드 나인! 이거 어디 다이닝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클라우드 나인 얘기도 아주 흥미로웠어요.

1896년의 도감에서 최고의 구름(높이 치솟은 적란운) 9 구름으로 지정되었다. 우리가 지극히 행복한 상태에 있을  ‘9 구름Cloud Nine’   같다 말하는 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영국의 구름 애호가 개빈 프레터-피니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불행히도 과학자들은 도감의 2판에서 순서를 바꿔 적란운에 10번이라는 번호를 매겼다. 그러나 ‘9 구름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남았다.

그러니까 클라우드 나인이던 적란운은 이제 10번이 되어서 사실 ‘클라우드 나인’이란 표현은 무엇도 지칭하지 않는 게 되었지만, 아예 관용적인 표현으로 박혀버린 거죠. 근데 저는 ‘클라우드 나인’이 왜 ‘클라우드 나인’인지도 몰랐기에 더 신기했어요.

환경 문제도 더 생각해볼 수 있어요. ‘비’는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의 산물이잖아요. 근데 요즘은 정말로 예측 불가능할 정도의 비가 내리기도 하고(물론 비를 예측하는 건 진짜 힘든 일이라고 여기에도 나오더라고요), 어떤 곳은 너무 비가 안 내리기도 하죠. 저자는 그게 다 인간 때문이라고 정확히 지적합니다. ‘비 자체는 파괴적이지 않다’는 말이 등장하기도 할 정도로 저자는 비를 옹호하기도 해요.

현재 온난화를 겪고 있는 세계는 우리가 대기 중으로 보내는 방출물(여기에는 중국과 미국을 선두로 매년 방출되는 열을 가두는 이산화탄소 360 톤이 포함된다)  세계의 기후 재앙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기와 바다가 더워진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은  위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올라간 에너지는 기상이변에서 출구를 찾는다. 건조지역은 더욱 건조해지고 비는 폭우로 쏟아진다. 이는  중에서 가장 이상한 비가 결국 인간의 작품이라는 증거다.


사족

문제는 이 책이 500쪽이 넘어가는 벽돌책이라는 거예요. 당연히 값도 비싸고요. 하지만 저는.. 몇 달 동안 조금씩 읽으면서 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어요. 절판될 확률이 아주 높아 보이는 책이니 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권 사서 비 올 때마다 야금야금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참고문헌만 몇십 쪽이 될 만큼 아주 탄탄한 책이기도 하거든요.

빗소리 ASMR 켜놓고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이번주 내내 비가 올 모양이에요. 어쩐지 지구가 아프다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기도 하네요.

날은 춥고 빛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책으로 파고들 핑계가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현실은 뒤로 하고 책으로 숨어보실 수 있길!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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