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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Nov 04. 2021

나 대신 화 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오늘도 분노가 타올랐다면 읽어도 좋을 책



이 책이 맞을 것 같은 분

1) 화가 많으신 분(저요..

2) 장르 소설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

3) 신인 작가 책을 읽는 도전정신이 있는 분



이두온, 《타오르는 마음》(은행나무, 2020)

뉴 제너레이션..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딱 알겠는 그런 말..


주관적인 작가 소개

- 이두온 작가님을 처음 접한 건 데뷔작인 《시스터》(고즈넉, 2016)였어요. 출간되고 좀 지나서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일단 제가 읽은 스릴러물은 거의 다 일본/영미권 작품이었고 그나마 한국에서는 정유정 작가 정도밖에는 안 읽었던 것 같거든요. (정해연 작가님이나 송시우 작가님을 알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배경으로 완벽히 한국적인 이야기로 스릴러물을 푸시더라고요.

- 전작 《시스터》는 일본으로 수출이 되기도 했는데요, 출간 이후 미야베 미유키가 한국 스릴러에 대한 칼럼을 쓰며 이 작품을 언급하며 칭찬을 하기도 했어요. 이 소식을 접하고 역시! 라고 생각했답니다.

- 특히 이번에 소개할 작품도 그렇고 전작도 그렇고 여성과 아이가 주인공인 스릴러물을 쓰는 분이에요. 제가 읽은 스릴러물들은 대개 여성과 아이는 주변부에 있거나 늘 주인공에게 살해당하는 사람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전 이런 지점도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어쨌든 저는 한국 스릴러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갈 아주 독보적인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내용 소개

- 《타오르는 마음》의 배경은 '비말'이라는 마을입니다. 연쇄 살인이 일어난 적이 있는 마을인데요, 마을 사람들은 쇠락해가는 마을을 살려보겠다고 '연쇄 살인'을 테마로 한 관광을 기획하게 됩니다. 이게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드시죠?

- 마을에도 저희처럼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밴나'가 있어요. '밴나'는 굉장히 거친 여자아이예요. 그래서 마을의 이런 부조리와 불의를 아주 신랄하게 비난해요. 사람들은 당연히 밴나를 피하고, 손가락질하고, 이상한 아이 취급합니다.

-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오기’와 ‘나조’였어요. ‘나조’는 연쇄 살인범에 의해 딸을 잃은 엄마로, 살인범을 찾겠다고 타지에서 ‘비말’까지 온 사람입니다. ‘오기’는 살인범에 의해 형을 잃은 아이였고요. 나조는 모두가 피하는 밴나를, 밴나는 형을 잃고 발가벗고 다니는 오기를 거칠고 또 힘겹게 품습니다.

- 사실 ‘오기’의 형인 ‘도노’를 끝으로, 연쇄살인은 8년간 멈춰요. 그러던 어느 날, ‘나조’가 죽고 맙니다. 지금껏 연쇄살인과 같은 방식으로요. 아무것도 없는 마을 평원에서 불이 탄 채로 발견된 겁니다.

- 밴나는 이때부터 나조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이 빌어먹을 마을을 더 빌어먹게 만든 인간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미쳐 날뛰게 됩니다.


좋았던 점

- 더 많은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어 피하지만 '밴나'라는 아이에게 어쩐지 기시감이 들지는 않으시나요? 저는 학교, 회사, 사회, 국가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밴나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개는 그저 관성적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그냥 순응하고 맙니다. 밴나는 절대 그냥 순응하지 않아요. 저는 그런 밴나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불의와 부조리에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나요?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나의 작은 이익 때문에, 귀찮고 불편해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까 봐 겁이 나서 참고 말잖아요. 밴나는 앞뒤 안 가리고 그냥 해버립니다.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달까요.

- 이두온 작가가 이 소설에서 "실패한 쌍놈들의 세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정말 아주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었어요. 사회에 나오고 보니 쌍놈들이 아주 가득한데 다들 성공도 못한 쌍놈들이더라고요. <해리포터>로 따지면 볼드모트가 아니라 말포이로 가득한 세상이랄까요. 이런 걸 딱 꼬집는 작가라니,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번에도 주인공인 '밴나'가 여자인 게 좋았어요. 그리고 밴나는 정말 거침이 없습니다. 욕도 잘하고 때리는 것도 잘해요. 운전도 아주 기가 막히게 위험하게 합니다. 모든 분노를 밴나에게 쏟아부은 것처럼, 밴나는 정말 돌진하거든요. 이런 여자 캐릭터라니! 너무 좋아요.


사족

- 이두온 작가의 문체는 굉장히 낯설고, 그가 쓰는 소설은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굉장히 안 좋아하실 수도 있어요. 리뷰만 봐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고요. 그러니 리뷰를 보시고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잘 생각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은 화가 줄었지만 한창 화가 많을 때 이 책을 읽고 밴나가 너무 좋더라고요.

저도 밴나처럼 거침없이 돌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올립니다.

이만 총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639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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