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장, Villain (2020)
빨주노초파남보. 우리는 흔히 다양성을 논할 때 무지개를 심벌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겨우 7가지 색일 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대변해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인간은 자신의 고유의 색을 찾고 싶어 했고, 갖고 싶어 했다. 색은 시각적인 감각 중에서도 우위를 차지한다. 인간이 자신을 표현할 때 가장 효과적인 시각적 수단이기 때문일 터. '나는 어떤 색이야?'라는 질문은 단순한 색상을 넘어 한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다.
흑과 백. 이제는 너무도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제 영화 속 히어로와 빌런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관계만으로 관객을 설득시킬 수 없다. 절대선과 절대 악, 그 사이 수많은 길들이 있다. 우리는 대부분 절대선을 향한 걸음을 재촉한다. 과연 그 종착지는 존재할까?
*Stella Jang(스텔라 장)_Villain M.V
스텔라 장의 'Villain'은 그 질문에 히어로조차도 빌런일 수 있다고 대답한다.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우리는 모두 좋은 쪽에 있는 영웅인 척한다.
"But what if we're villains on the other?"
하지만, 우리가 상대편의 악당이라면?
우리는 누군가를 the bad side로 몰아넣음으로써, the good side에 머무른다. 우리가 속한 쪽이 the bad side일 것이라는 가능성은 철저히 배제한다.
“우리는 좋은 쪽이니까 나쁜 쪽에 총을 쏘는 건 정의로운 일이야.”
'좋은 의도'(the good intention)로 하는 모든 일들은 분명 무기가 될 수 있다. 웃는 얼굴에 침은 못 뱉는 법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하나 간과한 사실이 있다.
"So many shades of gray"
흑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회색이 있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종착지는 백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흑과 백에 다다르는 것에만 집착한다. 수많은 회색들 중 무엇이 흑의 그림자이고 무엇이 백의 그림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부분이 백의 그림자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림자가 없는 백, 절대선이다. 그리고 그 백은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Good easily fades away"
흑과 백은 같은 선상에 있고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선택과 취소, 표정과 목소리에도 그림자가 있다. 여기서 그림자는 경우의 수를 뜻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선택과 취소, 표정과 목소리가 백이 아닐 경우의 수.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이 가능성이다. 좋은 것은 수많은 갈림길에서 쉽게 사라진다.
스텔라 장의 'Villain'은 단 한순간도 돌려 말하지 않는다. 직설적인 화법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찔하다. 하지만 이내, 그 태도가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은 절대 빌런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는 그 모습.
"I'm not villain."
"에이, 난 빌런까진 아니야."
이러한 태도에 스텔라 장의 'Villain'은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물음을 가장한 꾸중으로.
"You're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뒤돌아 보아야 한다. 좋음을 핑계로 나쁨을 행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의 빌런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