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다시 만난 무대 위 순간들 - <30일 밤의 뮤지컬>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연이 끝난 뒤 찾아오는 공허함을 잘 알 것이다. 무대 위 배우들의 숨결과 노래, 장면마다 터져 나오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객석의 불이 켜지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허전하기도 하다. 윤하정 기자의 <30일 밤의 뮤지컬>은 그런 허전함을 달래주고, 나만의 공간으로 무대를 다시금 불러오는 책이다. 작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뮤지컬 입문자들에게는 길잡이가, 애호가들에게는 책갈피가 되어주는 <30일 밤의 뮤지컬>은 공연장을 떠난 뒤에도 뮤지컬을 곱씹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30편의 뮤지컬 작품을 상상하며 관람할 수 있게 만든다. 구성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작품의 역사적 맥락, 무대와 음악의 특징, 그리고 저자가 취재 현장에서 직접 들은 배우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있다. 배경지식을 설명하는 페이지부터 뮤지컬 용어들에 대한 주석, 그리고 시청각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영상 QR까지 한 권의 책을 통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음미하도록 만든다. 덕분에 <30일 밤의 뮤지컬>은 흔히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딱딱한 ‘뮤지컬 교양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작품 해설과 분석보다는 공연장의 생생함과 관객의 마음을 더 가까이 담아낸다.
<30일 밤의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 프랑스·오스트리아 뮤지컬, 한국 창작뮤지컬 등을 고루 다루며 1~2인극부터 대극장까지 다양하 작품을 아우른다. 나름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을 관람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접하지 못한, 앞으로도 봐야할 작품이 많다는 사실은 괜시리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반가웠던 순간은 나의 뮤지컬 입덕을 이끌어준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만났을 때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지라 충분히 익숙한 <프랑켄슈타인>이었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읽으니 무대의 서늘한 공기와 배우들의 뜨거운 호흡이 함께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을 단순히 고전의 변주로 보는 대신, 인간 존재의 이중성과 창조자의 고뇌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풀어낸 부분도 인상 깊다.
<30일 밤의 뮤지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저자의 ‘애호가적 시선’이다. 기자라는 직업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결국 한 명의 관객으로서 작품을 사랑하고 즐기는 태도가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함께 공연장을 나란히 앉아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을 덮고 나니, 자연스레 공연 예매창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장면을 되새기고, 아직 접하지 못한 작품들의 세계를 미리 엿보면서 ‘다음 공연은 무엇을 볼까’ 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자라났다. 뮤지컬에 입문하고 싶은, 그리고 나 뮤지컬 좀 봤다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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