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뮤지컬을 사랑하는가
뮤지컬을 좋아한다고 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돈 많아?' 혹은 '그건 너무 고급 취미 아니야?' 등등. '똑같은걸 왜 여러 번 봐? 안 지루해?' 역시 단골 질문이다. 수 없이 들어본 오해들을 그냥 어물쩍 웃어넘기다가 이제는 나름대로 답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적어본다.
뮤덕은 다 돈이 많다? 절대 아니다. 물론 맞는 사람도 있겠다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관극 메이트와 돈이 많은 게 아니라 쓰면 안 되는 돈까지 끌어다 쓰는 것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다. 오로지 뮤지컬을 보기 위해 넘쳐흐르는 퇴사 욕구를 참아가며 알바를 한다. 밥 한 끼, 커피 한 잔, 옷 한 벌은 그렇게 아끼면서 거의 20만 원에 달하는 티켓은 턱턱 결제하는 이상한 경제관념이 생겼다. 주변에서는 안 보면 될걸 뭐 그렇게까지 고생하며 보러 다니냐고 한 마디씩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걸 감수할 만큼 이 장르를 사랑하는걸.
이제는 관극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하우스 문이 열리고, 묘하게 서늘해지는 공기를 느끼며 자리에 앉으면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가 들린다. 무대에 설치된 천막이나 세트들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될지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암전과 동시에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웅장한 오버츄어와 맞물린다.
한 순간 존재했다 사라지는 찰나의 세계에 빠져드는 게 좋다. 눈앞에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배우들의 호흡을 느끼고 그들의 감정에 동화되는 게 좋다. 공간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는 음악들이 좋고, 숨 막힐 듯 흐르는 정적이 좋다. 끊임없이 스쳐가는 생각과 감정의 꿈틀거림이 좋고 막이 내린 후에도 남아있는 잔잔하고도 커다란 울림과 여운이 좋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꿈을 꾸고 나온 것만 같다.
공연을 완성하는 가장 마지막 요소는 '나'라고 생각한다. 그날 그 순간의 내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마음가짐인지에 따라 공연이 주는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몇 번을 본 공연이지만 어떤 날은 내가 등장인물이 된 것 마냥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감정에 이입하게 되고, 또 다른 날은 제삼자의 시선에서 연출이 주는 의미를 추측해보게 한다. 같은 장면이어도 어떤 날은 오열했다면 또 다른 날은 무언가 다짐을 하게 만든다. 매 공연 나에게 다가오는 무궁무진한 것들은 심장을 뛰게 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완벽히 빠져들었던 공연은 하루, 한 달, 아니 시간을 넘어서 영원히 내 안에 남고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이것이 내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