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선이 그려내는 위대한 세상 이야기

위대한 여행을 떠난 작은 '선'을 따라나섰다. - 세르주 블로크 展

by 영원

익숙한 고양이가 반겨주는 전시장.

바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세루즈 블로크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으로 입장하면, 입구에서 보았던 <모자를 든 고양이> 그림이 반겨주고 곧이어 작은 선이 안내하는 유쾌하고도 위대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세르주 블로크는 이번 전시에서 ‘선’을 이용하여 유머, 사랑, 인생을 그려내는 본인만의 예술 세계를 선보였다. 그만의 특유의 그림체는 다양한 형식과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그림책과 잡지, 신문, 잡지, 애니메이션, 회화를 넘어서 조형물, 설치작품, 도자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서 그가 그려 넣은 ‘선’을 만나볼 수 있다.


<적>이라는 작품은 전쟁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다루고 있는 듯했다. 각각의 참호에 숨어있던 두 병사는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싸운다. 그들은 서로가 괴물처럼 잔인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적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독특했던 점은, 전쟁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배경을 과감히 삭제하고 철조망, 참호 구덩이와 같은 최소한의 요소만을 아주 단순한 선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선의 이어짐은 오히려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에 집중하고,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나는 기다립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작품은 한 사람의 일생을 '기다림'을 통해 풀어낸다. 어린아이가 성장하고 더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마주하는 순간들을 기다림으로 연결하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는 단연 '빨간 실'이었다. 이 빨간 실은 아이의 탯줄에서부터 시작해서 한 사람의 인생 내내 이어지는 끈이자 인연, 숙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지 추측해 보았다.


<적>의 미디어 예술을 관람하는 공간에는 어두컴컴한 조명에 등받이 없는 딱딱한 의자가 놓여있었다면 <나는 기다립니다>의 공간은 밝은 조명 아래서 신발을 벗고 빈백에 편안하게 기대앉을 수 있게 연출한 것도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한몫했다.



전시의 마지막 파트에서 다양한 체험형 예술을 즐기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묘미였다. 특히 큐알코드를 찍고 사이트에 접속해서 미스터 칩 그림에 가져다 대면 화면을 통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신기했다. 세르주 외의 다른 작가들의 작은 전시를 둘러보는 것은 여행 중 만난 특별한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세르주 블로크 展, 작은 선의 위대한 여행>은 작은 선의 여행에 기꺼이 동행하며 이 선이 어떻게 연결되고 성장하는지 어떻게 세상과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지 살펴보고 싶어지는 따뜻한 전시이다. 이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 8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을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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