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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사랑 Apr 24. 2019

내 인생은 모두 드라마 안에 있다

('노희경' 드라마 다시 읽기)


2017년 1월,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죽도록 미워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개월, 오롯이 책임져야 할 여든을 바라보는 엄마가 남아 있는 순간에 삶은 그렇게 내 뒤통수를 쳤다. 혈액암 판정 전, 응급실에선 폐암을 의심했고,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분명 내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입원하고 검사를 진행하는 일주일 동안 폐암 말기 환자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엄마와 나는 매일 서로 등을 돌리고 누워 울었다.


그런 절망의 순간에도 나는 '노희경'을 그리고 '노희경'의 드라마를 떠올렸다. 혈액암으로 정확한 판정이 나고, 폐암 말기에서 혈액암 1기로 삶이 바뀌는 순간에 메일을 썼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당신의 드라마가 내 삶이더라고, 나는 당신의 말처럼 오래 당신과 함께 늙어가며 당신의 드라마도 보고, 당신도 보고, 당신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의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짐짓 괜찮은 척 너스레를 떨었더랬다. 그랬다. 그건 너스레가 맞았다. 나는 무서웠고, 슬펐고, 화가 났다.




일개 팬으로 처음 만났던 스무 살 무렵부터 작가님을 알았고, 그 후 20년 동안 '노희경'의 드라마를 보며 하루하루 살아온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풍경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법이다. 나는 바빴고, 어렸고, 커다란 어려움 없이 그냥 굴러오기 바빠 인생이 뭔지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 언제까지 운영자 하려고? 나는 괜찮은데, 카페 없어져도 서운하지 않은데..


작가님은 늘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내 이름으로 40년 넘게 살면서 동시에 노희경 카페 운영자 '성우사랑'으로 20년을 살고 있다. 이제 어떤 순간에 '성우사랑'은 내 이름보다 익숙하다. 내게 제2의 정체성이 있다면 그건 아마 '성우사랑'이라는 닉네임일 거라 생각한다. 당신이 드라마 작가 '노희경' 아니 인간 '노희경'으로 존재하는 한 나는 카페 '노희경'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죽도록 미워한 아버지를 보내고, 몸 아픈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은 채로 당장 죽을 수도 있는 내 삶의 끝을 경험하고 나서 천천히 드라마를 다시 보기(읽기) 시작했다. 다시 보는 드라마는 더 이상 드라마가 아니었다. 나의 삶 그 자체였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그 당시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디어 마이 프렌즈'를 이야기하며 "작가님, 꼭 저희 집안을 들여다보고 쓰신 거 같아요" 했더니 작가님은 그러셨다. 우리가 아주 다르게 사는 것 같아도 들여다보면 또 다들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산다고, 같은 아픔들을 가지고.


작가님은 그러니 지금 너만 힘들고 아픈 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으셨을지도 모른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내게 늘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아보니 나만 아프고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은 늘 위로가 됐다. <노희경 문장 사이에서>, 이곳에 올라오는 글은 그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들여다보면 다 비슷비슷한 삶이지만, 그래도 내겐 너무 힘들고 아팠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내가 노희경의 문장으로 위로받았던 대로, 내가 꺼내 놓은 아픈 상처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 '당신도 힘들어요? 괜찮다면 제 이야기를 좀 들려드릴까요?'와 같은 마음...


지금 혼자라고 외로워하는 분들.

누군가 당신을 위해 24시간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여러분은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노희경 드라마_<괜찮아 사랑이야>



모두가 힘든 세상, 하지만 지나고 보니 한 번도 혼자이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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