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with. 노희경 에세이_<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by 성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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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두 번,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거리모금에 간다. 처음엔 교육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띠도 두르지 않았다. 그저 자주 얼굴 볼 수 없는 작가님을 한 시간 내내 볼 수 있어서 그 사실 하나로 개인적인 참여의 의미는 충분했다. 처음 거리모금에서는 작가님의 모금함에 꼬박꼬박 넣는 돈에도 큰 의미는 없었다. 내 배가 늘 불렀는데, 얼굴도 모르는 남의 나라 아이들 굶주림이 뼈져리게 다가오지 않음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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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느슨한 마음으로 사심을 채우는 많은 시간들 동안에도 작가님은 늘 모든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오늘 모금한 돈이 몇 명의 어린이가 얼마 동안의 밥을 먹을 수 있는 돈인지, 백 원 동전 하나까지도 얼마나 소중한 도움인지를 전달하고 또 전달하고 싶어 하셨다. 오랜 시간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보며 조금씩 변화하다, 어느 날 친구들과 "우리도 모금을 하자"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이들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부모 자신이 키우고 싶은 방법대로 살면 된다고 했다. '노희경'의 드라마로 조금씩 변하던 나는 '노희경'이 사는 모습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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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에서 성실한 노동자를 자처하는 사람이다. 하루 5분이더라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 하루 8시간씩도 꼬박꼬박 쓰는 사람. 쓴다는 사실보다 매일에 커다란 의미를 두는 사람. 그 하나로도 나는 '노희경'을 존경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보아온 '노희경'은 글쓰기에서만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공부를 위해 백팔배를 해도,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과 만나 마음을 나누고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 조차도, 생활 모든 면면에서 조금씩 매일 연습을 통해 이루어 가는 노동자의 정신이 배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우리는 늘 그 점을 존경했는지 모른다. 아니 나약하고 물러 터진 나는 그 점을 존경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어 가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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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그것은 커다란 무엇을 바라는 급한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지금의 소소함이 주는 의미를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 또 하루를 견뎌내고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아는 사람, 무엇보다 작은 마음들이 소중하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또 내일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 거리 모금도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고도 했다. 그런 모금이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15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커다란 원동력이자 힘은 그래도 해보자, 하는 '노희경'의 꾸준함에 있다고 본다. 거리모금마저도 '노희경'의 노동자적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하다.

이제는 좀 행동해보지.

타일러 보다.


노희경 에세이_<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


찍어온 사진들을 넘겨보다 문득, 아마도 오랜 시간 꿋꿋하게 이어져 오는 이 일이 "나는 작가다, 그런데, 작가란 사람은 사람이 죽든 말든 오직 제 밥벌이 글쓰기에 몰두하는 사람인가?"라는 작가님 자기 안의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도 그 긴 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노희경'은 일 년에 두 번, 기어코 길 위에서 자신의 답을 찾아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 길 위에서 나도 작가님과 함께 걸으며 나만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계속 노력하겠지만, 사실 그 정답은 이미 찾았는지도 모른다. 길 위에서 받았던 그 많은 마음들이 '우리'에게 불러오던 벅찬 감정, 그 이상의 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어느 날, "끝까지 함께 가보자"라고 했던 작가님의 말처럼 남은 숙제와 답은 모두 꾸준함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제일 잘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작가 '노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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