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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사랑 May 07. 2019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with. 노희경 에세이_<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일 년에 두 번,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거리모금에 간다. 처음엔 교육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띠도 두르지 않았다. 그저 자주 얼굴 볼 수 없는 작가님을 한 시간 내내 볼 수 있어서 그 사실 하나로 개인적인 참여의 의미는 충분했다. 처음 거리모금에서는 작가님의 모금함에 꼬박꼬박 넣는 돈에도 큰 의미는 없었다. 내 배가 늘 불렀는데, 얼굴도 모르는 남의 나라 아이들 굶주림이 뼈져리게 다가오지 않음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했다.


 

내가 그렇게 느슨한 마음으로 사심을 채우는 많은 시간들 동안에도 작가님은 늘 모든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오늘 모금한 돈이 몇 명의 어린이가 얼마 동안의 밥을 먹을 수 있는 돈인지, 백 원 동전 하나까지도 얼마나 소중한 도움인지를 전달하고 또 전달하고 싶어 하셨다. 오랜 시간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보며 조금씩 변화하다, 어느 날 친구들과 "우리도 모금을 하자"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이들을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부모 자신이 키우고 싶은 방법대로 살면 된다고 했다. '노희경'의 드라마로 조금씩 변하던 나는 '노희경'이 사는 모습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노희경'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에서 성실한 노동자를 자처하는 사람이다. 하루 5분이더라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 하루 8시간씩도 꼬박꼬박 쓰는 사람. 쓴다는 사실보다 매일에 커다란 의미를 두는 사람. 그 하나로도 나는 '노희경'을 존경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보아온 '노희경'은 글쓰기에서만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공부를 위해 백팔배를 해도,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과 만나 마음을 나누고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 조차도, 생활 모든 면면에서 조금씩 매일 연습을 통해 이루어 가는 노동자의 정신이 배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우리는 늘 그 점을 존경했는지 모른다. 아니 나약하고 물러 터진 나는 그 점을 존경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어 가려 노력 중이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그것은 커다란 무엇을 바라는 급한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지금의 소소함이 주는 의미를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 또 하루를 견뎌내고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아는 사람, 무엇보다 작은 마음들이 소중하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또 내일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 거리 모금도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고도 했다. 그런 모금이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15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커다란 원동력이자 힘은 그래도 해보자, 하는 '노희경'의 꾸준함에 있다고 본다. 거리모금마저도 '노희경'의 노동자적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하다.

이제는 좀 행동해보지.

타일러 보다.


노희경 에세이_<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


찍어온 사진들을 넘겨보다 문득, 아마도 오랜 시간 꿋꿋하게 이어져 오는 이 일이 "나는 작가다, 그런데, 작가란 사람은 사람이 죽든 말든 오직 제 밥벌이 글쓰기에 몰두하는 사람인가?"라는 작가님 자기 안의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도 그 긴 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노희경'은 일 년에 두 번, 기어코 길 위에서 자신의 답을 찾아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 길 위에서 나도 작가님과 함께 걸으며 나만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계속 노력하겠지만, 사실 그 정답은 이미 찾았는지도 모른다. 길 위에서 받았던 그 많은 마음들이 '우리'에게 불러오던 벅찬 감정, 그 이상의 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어느 날, "끝까지 함께 가보자"라고 했던 작가님의 말처럼 남은 숙제와 답은 모두 꾸준함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제일 잘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작가 '노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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