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고수리_<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 평생 기억에 남는 이유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어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위로 같다. 재료를 구하고 씻고 다듬고 만들어 전하는 수고로움과 누군가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한데 섞인 맛깔스러운 위로.
고수리_<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다 먹어버리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음식이 있다. 냉장고 안쪽에 그러나 늘 시선이 가는 곳에.
엄마는 저장 음식들을 철마다 열심히 만드는 사람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생각을 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면서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될 거라며 쓰러지기 하루 전까지도 즐거워하며 음식 준비를 했다. 좋은 식재료, 가성비 괜찮은 신선한 재료들을 볼 때마다 환하게 웃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런 엄마가 마지막으로 만든 저장 음식이다. 내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매일 바라만 보는 냉장고 속 마늘장아찌는.
소박한 한정식 집에서 먹는 반찬들, 동네 허름한 식당에서 내오는 몇 가지 반찬들을 먹을 때 엄마가 떠오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아직은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는 하는 건가? 이런 그리움은 오히려 짙어지기만 할 것 같다.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음식들, 그 맛의 끝은 언제나 허전함이고 허무함이고 그리움이다. 내가 정말 먹고 싶은 건 엄마가 떠오르는 음식이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이니까.
설날이라고 집에 온 조카에게 떡만둣국을 끓이고, 소불고기를 해주며 또 엄마를 생각한다. 차례를 지내지도 않고, 어디를 가는 것도 아닌데 명절이면 잔치라도 하듯 음식을 만들던 엄마의 뒷모습을. 엄마의 음식을. 조카가 먹는 모습만 봐도 늘 배불러하던 엄마의 얼굴을. 기억이 늘 머리로만 오는 게 아니다. 어떤 기억은 손 끝의 감각에서, 툭 내뱉는 말 끝에서, 혀 끝에 느껴지는 여러 가지 맛으로도 온다.
냉장고 안을 바라보다, 바라보다 아주 가끔 마늘장아찌 한 알을 입 안에 넣고 천천히 굴려보는 날이 있다. 시고 달고 짭조름한 맛들이 입 안으로 퍼져 돌아다니는 동안 엄마가 마늘을 말리고, 까고, 일부는 장아찌로 일부는 갈아서 다진 마늘로 냉동실에 소분하는 모습들을 생각한다. 부자라도 된 듯 흐뭇하게 바라보던 모습들을 그려본다. 세세하고, 꼼꼼하게 기억하려 집중한다.
엄마 없이 두 번째 맞는 설날이다. 어쩌면 내가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건, 마늘장아찌가 아니다.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하는 엄마의 부재다. 끌어안지도 보내지도 못하는 기억 속 엄마의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