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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우사랑 Jan 23. 2022

여행과 독서 그리고..

with. 김연수 여행 산문집_<언젠가, 아마도>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졌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 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김연수 여행 산문집_<언젠가, 아마도>  (p.75)




책을 읽는다는 것이 끊임없이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가를 확인하는 작업 같을 때가 있다. 어떤 책을 읽고 아주 조금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책으로 인해 더 많은 모르는 것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연관된 다른 책을 읽다 보면 또 더 많은 모르는 것들로 뒤덮이는 식이다. 결국 아는 것에 비해 모르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데도 왜 그렇게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어떤 방법 같은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에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니 모르는 것만 늘어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어쨌든 내가 책을 통해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는 말은 나의 좁은 인간관계 경험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에게 깊게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며, 더 많은 세계를 바라보는 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넓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일 것이다.


알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은 모르면 늘 똑같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날마다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결같은 것처럼 보인다면,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뜻이다. (p.179)

여행도 똑같지 않을까. 늘 머무는 곳의 일상이 평안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는 게 많아져서가 아니라 그저 예측 가능하고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모르는데 그냥 산다. 뭘 모르는지도 모른 채로. 그런데 떠나는 순간 각 나라의 풍경과 문화는 모두 다르고 나는 당연히 어느 곳을 여행해도 실수투성이의 인간이 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는 왜 끊임없이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걸까? 어쩌면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 인간인지 확인하기 위함은 아닐까? 



문득 여행이란 세상의 어떤 풍경을 보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세상, 처음 접하는 문화 그 낯선 풍경 안에 나를 내던지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 독서가 세상의 모든 유형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 혹은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라면 여행은 낯선 곳에 던져진 새로운 나, 크고 작은 고난을 헤치며 나아가는 나와 만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낯선 나와 마주 섰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삶을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겠는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삶을 바라보느냐, 더 나아가서 어떻게 말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235)


여행을 왜 하는가? 혹은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늘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삶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과 닿아있다. 여행이 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이런 글도 읽었다.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존재를 넘어 살아가기 위해서, 그 삶의 한 방법으로 우리는 그토록 여행과 독서에 그리고 모든 예술적인 것들에 열심 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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