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기숙사에서 지유가 나에게 걸어준 전화 한 통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금성, 경기도에서 청년 대상으로 창업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같이 해볼래?”
그는 늘 나에게 재미있는 일들을 선물처럼 가지고 와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제안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떤 내용이든 도중에 실패한다고 해도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다음 학기 휴학을 신청했다.
우리가 고른 키워드는 ‘시골’과 ‘과일’이었고 전국 특산물 지도에서 발견한 ‘경북 청도’라는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한 해 "둘 다 경기도에 살면서 어떻게 경북 청도까지 갔어요?" 혹은 "왜 청도 반시로 디저트를 만들었어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생각해 보면 거창한 이유보다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이면서 과일이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선택한 것이다. 청도에 내려와서 두 계절을 보내고 있는 지금, 냉장고에 과일이 마를 날이 없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지역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24년 여름, 청도에 처음 왔을 때는 1년 뒤에 여기서 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쩌면 숙박객 중 한 팀이었을 우리에게 오마이북 사장님, 오마이쿡 사장님, 매전 총각, 농부님 모두가 정말 많은 시간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아낌없이 주셨다. 수도권에 살던 나는, 낯선 분의 차를 타고 지역을 돌고,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게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고민하는 나에게 지유는 말했다. “금성, 이게 바로 시골 매직이야!” 사실 계획한 일정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다 보니 모험보다는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던 나에게는 혼란스러웠던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매달 청도를 오면서 시간과 사람에 대해 적응했고, 축제 기간에 받은 따뜻함은 잊을 수가 없었다. 청도에 내려온 것도 이들과의 추억이 없었으면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4년 겨울, 프로젝트가 끝나고 재단에서 일을 제안받기 전까지 나는 당연히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취는 해본 적도 없는데 친구와 하는 자취, 새로운 지역에서 살아가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1년 뒤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 선택에 대한 모험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의 워크숍, 만다르트, 5년 계획(A안/B안) 등의 다양한 툴킷을 활용하여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 서울로 돌아가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청도는 지금이 아니면 못 올 것 같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리고 청도에 내려오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았고, 모두가 사는 삶의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
꽃샘추위가 한참이던 3월 초에 이사 와서 초반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청도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20대가 된 이후로 정말 재미있는 다양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 말복이 되고, 벌써 입추가 지났다. 내가 처음 청도라는 지역을 알게 되고, 또 여기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평생 잊지 못할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우선은 올해 겨울, 12월까지 살아보는 것을 목표로 내려왔는데 요즘은 내년에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아온 도시와 친구들도 물론 좋지만 청도에서 경험하는 시간과 사람들을 통해 더 투명해진 내 모습을 보면서 이 시간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가장 소중하게 남을 것 같다.
☁︎ 기록한 사람 | 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