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보낸 1년,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
지난 7월 27일은, 우리가 청도에 온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작년 여름 처음 청도를 찾았고, 그때 느꼈던 낯선 감정들이 아직도 생경하다. 그렇게 청도와의 인연이 시작됐고, 올해 3월부터는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의 기록을 다시 꺼내 본 오늘,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어느새 자연스레 겹쳐진다.
사장님은 우리를 볼 때마다 “나 찾지 마라”, “귀찮게 또 왜 왔냐”며 너스레를 떠신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정작 얼굴에는 늘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투박한 말끝마다 따뜻한 마음이 여기저기 배어 있다.
농부님은 참 솔직하신 분이다. “연락 자주 드릴게요”라는 인사에 “연락하는 게 제일 귀찮아요” 하고 웃으시며 몇백 개나 쌓인 안 읽은 문자 목록을 보여주셨다. 농사일은 늘 손이 먼저고, 전화나 메시지는 뒷전일 수밖에 없는 삶. 그런데도 우리가 어제 보내드린 사진은 누구보다 빠르게 확인하셨다.
말과 마음이 꼭 같은 방향을 가리키진 않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정이 싹튼다는 걸 느낀다.
사장님은 청도를 “나에게 기회를 준 땅”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아직은 잠시 머무는 중이지만, 이러다가 나도 갑자기 이곳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이곳에 온 뒤로는 잘 먹고, 잘 자고, 많이 웃고 있다. 무엇보다 감사한 건, 이 모든 것들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오며 흘려보냈던 감각들이 이곳에서는 금세 또렷해진다. 매일의 작은 인사, 함께 지은 밥, 바람이 좋은 날 함께 걷는 마을길. 모든 순간이 선명하게 남는다.
요즘처럼 과분하리만큼 받고 있는 나날엔 이 모든 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자주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이대로 흘려보내지 않으려, 하루하루를 꼭 쥐고 살아보려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들이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삶의 형태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청도가 내게 기회를 준 땅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천천히, 정직하게, 스며들어가는 중이다.
☁︎ 기록한 사람 | 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