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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06. 2019

[다낭소리] 군사 훈련소에 가다

 군사 훈련소에 가다 

 요즘은 1학년 수업이 없다. 베트남 대학생들은 1학년 때 한 달 동안 군사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1학년과 2-4학년의 학사 일정이 다르다. 우리 학생들은 지난 10월 말부터 다낭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합숙하고 있다. 


 마냥 애기 같아 보이는 학생들이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 훈련 기간 중 한 번은 반 전담 강사들이 면회를 간다. 그 선생님을 따라 나도 학생들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준비한 간식거리를 들고 훈련소를 찾았다. 군사 훈련조차 일반반과 high quality반이 따로 받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입구에서 만난 보초병이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서 물어 보니 화장과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구나.


 오랜만에 만난 학생들은 반가운지 말도 잘하고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마침 남학생들과 같은 곳에서 훈련 받는 모양인데 얘기하다가도 옆에서 운동하는 남학생들을 의식한다. 거의 여대라고 할 법한 외국어 대학교에 유독 여학생 많은 한국어학과, 학년 당 남학생이 두세 명인 곳에서 지내다 보니 실제로 좋아하든 장난이든 매일 남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화젯거리다. 누가 누구에게 반했다며 내게 이르기 바쁘다. 


 그간의 걱정이 무색하게 학생들은 입을 모아 학교로 돌아오기 싫다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과 더운 날씨에서의 훈련이 힘들기는 해도 공부하는 것보다는 좋단다. 하루 종일 모든 활동을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 더 친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주말에는 집에 갈 수 있지만 안 가고 훈련소에 남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자기들끼리 노래하고 춤추며 콘서트를 한단다. 그 말끝에 얼추 분위기가 형성되어 반장과 몇몇 아이가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췄다. 위문 공연은 내가 해야 할 판인데 도리어 공연을 보여주다니, 새삼 우리 아이들의 흥과 자신감을 느낀다. 


 떠나기 전 아이들이 양 옆으로 쫙 늘어서더니 뭔가를 준비한다. 구호에 맞춰 경례를 하고 그 환호성 속으로 내가 지나갔다.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다니! 정말 학생들 덕에 별 호사를 다 누린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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