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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01. 2019

[다낭소리] 봉사단원의 역할과 고민

 봉사단원의 역할과 고민

 한글날 행사 때 만난 학생 하나가 두고두고 생각난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내 한국어 동아리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를 꽤 잘해서 물어 보니 다른 지역 한국어학당에서 공부를 좀 했단다. 당연히 외부인인 줄 알고 미안하지만 이 동아리는 다낭외대 학생만 들어 올 수 있다고 대답했다. 자기도 다낭외대 학생이란다. 그럼 내가 얼굴을 모를 리 없는데 싶어 다시 물어 보니 1학년이라고 했다. …아! 다낭 외대의 1학년 정원은 100명, 그 중 나는 high quality반 30명만 가르치니 나머지 학생들은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다. 


 베트남 정부 주도하에 현재 몇몇 기관에서 시범 운영 중인 High Quality Class는 수업료가 기존 반보다 1.5배~2배 더 비싸다. 대신 실력 있는 강사와 시설 좋은 강의실을 배정하고 입학 점수가 낮다. 학교 측에서 집중 관리하는 만큼 교과 과정도 다른 반과는 다르다. 


 다낭 외대의 경우 1학년부터 시작하여 순차적으로 늘려 갈 방향이라고 하는데 강사는 내가 배정되었고 강의실은 코이카 현장 사업으로 기증한 멀티미디어실을 사용한다. 일반 반과는 다른 교재를 사용하고 보통은 3학년이나 되어서야 배우는 발음과 문화 수업도 미리 배운다. 


 이 수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부모가 무리해서 등록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충 들어 보면 학생들 대다수가 부유한 형편이다. 다낭 외대는 국립학교라 재수해서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게 어렵게 입학하는 학교를 돈이 있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쉽게 들어온다면 이미 경제적으로 격차가 벌어진 학생들을 학교가 또 한 번 나누는 꼴이다. 학생들을 평등하게 교육해야 할 학교가 수업료가 높은 반에만 원어민 교사를 배정하는 게 옳은 일인지, 그 일에 봉사단원이 쓰여도 되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내 역할인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나는 기관 소속이니 기관의 요구에 따라 수업을 배정 받고 맡은 수업을 책임진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high quality반을 맡으면서부터 내가 봉사단원의 본분 대신 누구 혹은 어딘가의 이익에 이용되는 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과는 별개로 몸이 편하기는 했다. 매 학기 정규수업으로만 200명의 학생들을 만났었는데 high quality반을 맡으면서 상대하는 학생 수가 130명으로 줄었다. 적은 수의 얼굴들을 매 주 만나다 보니 학생 특징이 눈에 들어와 가르치기에는 좋았다. 학생 개개인에게 쏟을 수 있는 관심과 친밀도 모두 높아졌다. 수업이나 시험 감독 때 체력 소모도 덜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은 계속 남았다. 가끔 계단을 오르다 마주치는 학생들이 수줍게 ‘안녕하세요!’하며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내가 인사를 받아 주거나 몇 마디 말을 걸면 저들끼리 까르르 거렸다.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 아이들이 1학년 일반 반 학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1학년 학생들을 위한 동아리를 구상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지난 협력활동 마무리와 새로운 협력활동 준비로 시간이 없다. 아쉬운 대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30분 정도 수업에 들어가 말하기를 연습시켰다.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에 열심히 공부하면 다음 학기에 동아리를 개설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왔다. 이제 일은 좀 그만하고 싶은데 눈에 보이는 건 왜 이리 많고 보고 나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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