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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01. 2019

[다낭소리] 다낭외대 한글날 행사

 다낭외대 한글날 행사

 오늘은 다낭 외대 한글날 행사가 열리는 날.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1학년 학생들의 부채춤 공연이 있었다. 곡 선정부터 무용까지 너무나 훌륭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백일장, 손글씨 쓰기, 퀴즈 대회가 진행되었다. 중간 중간 노래를 부르고 케이팝 커버 댄스를 추는데 그것도 어찌나 잘하던지! 우리 학생들의 재주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공식적인 행사를 마치니 12시쯤 되었다. 강당을 나가 1층으로 가면 한국 음식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기에 짐을 정리하고 내려갔다.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그런지 준비된 음식이 이미 다 팔린 부스도 있었다. 부스 담당 학생들이 부랴부랴 2차 요리를 하는 동안 나는 다른 학생들과 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한 학생들에게 노래 연습을 며칠이나 했냐고 물어보니 각자 파트를 따로 연습하고 리허설 전에 몇 시간 맞춰본 게 전부란다. 그런데 이렇게 잘하다니! 


 얼마 전에 읽은 책에 ‘베트남 사람들은 느릿느릿해 보이지만 막상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이 눈앞에 닥치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눈으로 확인한 날이다. 이번 행사는 중간고사와 겹쳐 준비할 시간이 없었는데도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개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과 집중력, 노력을 동원하여 이렇게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새삼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정신없는 통에 학생들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미안했다. 나는 한 명인데 같이 사진을 찍거나 이 기회에 말 한 번 붙여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개개인과 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이렇게 소란스런 자리에서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긴 여기서 대화를 하고 있으면 저기서 “선생님!”하고 불렀고, 학생 하나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그 뒤로 또 여럿이 몰려 왔다. 


 학생들이 준비한 음식은 라면, 김밥, 잡채, 김치전, 비빔밥, 산적, 떡볶이는 물론 미역국에, 김치찌개, 삼겹살까지 있었다. 재료며 맛까지 아예 베트남 식으로 바꿔 버려서 아쉬운 음식도 있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맛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이걸 언제 다 준비했나 싶어 대견했다. 한가지, 학생들이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그릇에 막 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좀 쓰였다. 이런 거 많이 먹으면 다음 달에 생리통이 심할 텐데…. 뜨거운 국물을 비닐이며 플라스틱에 담는 건 베트남 어디에서든 흔한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 


 거의 파장 분위기였지만 물 끓이느라 장사 개시가 늦었던 1학년 학생들의 음식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도 팻말을 들고 “미 까이(매운 라면)!”라고 외치며 열심히 홍보했다. 나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여덟 그릇은 더 팔렸다. 실은 1학년 새내기들이 귀여워 언니오빠들이 팔아준 것일 테지만! 


 행사를 마무리하고 다 정리하니 1시 30분. 어제 우리 집에서 라면을 먹은 학생들과 함께 카페에 가기로 했었는데 그새 인원이 늘었다. 반 야유회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자기들끼리 쑥덕쑥덕하더니 행선지를 노래방으로 바꿔 버렸다. 오늘은 굽 높은 신발을 신어서 발도 아프고 저녁에 약속도 있으니 무리하지 않고 푹 쉬려고 했는데 이렇게 또 휩쓸려 버린다. 그래도 싫지 않으니까. 


 1학년 학생들이다보니 한국 노래보다는 베트남 노래를 더 많이 선곡했다. 내가 잘 아는 노래도, 얼핏 들어본 것도, 아예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었지만 무조건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댄스곡이 나오면 다 같이 일어나 춤추는 건 만국 공용인가 보다. 비록 내 베트남어가 부족하고 아이들도 한국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춤과 노래로 하나 되어 즐길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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