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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0. 2019

[다낭소리] 길고 긴 베트남의 이름

 길고 긴 베트남의 이름


  “김치” 

  “짜장”

 이것은 주문하는 소리가 아니라 출석 부르는 소리다. 낯선 땅에서 어쩌면 이리도 토속적인 단어가 나오는가 하면 이것이 우리 학생들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전에 어떤 분이 회사의 베트남 직원 이야기를 하며 ‘김치가~’, ‘김치가~’해서 나는 별명이거나 누가 지어 준 한국 이름인 줄 알았다. 좀 더 예쁜 이름으로 지어줘도 좋을 뻔했다는 생각을 하다가 김치가 본명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몇 달 뒤 수업 시간에 나도 김치라는 학생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긴 베트남의 이름 중 일부인데 출석을 부를 때는 보통 맨 뒤의 두 자만 부르기 때문에 정말로 ‘김치’와 ‘짜장’이 되었다.      


 KIM CHI  김 찌/치 (CH는 [ㅉ]나  [ㅊ]로 발음한다.)

 TRA GIANG 짜 양/장 (TR는 [ㅉ]로 발음한다. 북부에서는 G를 [ㅈ]로 발음하고 중부에서는 [ㅇ]로 발음한다. 북부: 짜 장, 중부: 짜 양)     


 전에 인터넷에서 '당구 해설이 어려운 이유'라고 올라 온 사진을 본 적 있다. 경기 중계를 위해서는 선수 이름을 자주 언급해야 하는데 NGUYEN[응우옌]으로 시작하는 길고 복잡한 이름 때문이었다. 그때는 세상에 이런 이름도 다 있구나 싶었는데 그게 우리 학생들 이름이 되었다. 


 발음하기 어려워 나도 애를 많이 먹었다. 나중에는 방법을 터득해서 뒤에 두 자만 부르곤 했지만 초반에는 혀가 꼬였다. 한 반에 학생 수가 30명에서 50명사이니 그 긴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나면 목이 다 아팠다. 그래도 욕심내어 출석은 내가 불렀다. 학생들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출석을 부르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외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출석을 부르는 마지막 학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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