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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0. 2019

[다낭소리] 내게 남은 시간

 내게 남은 시간

 2018년 11월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보면 자신의 세계가 넓어진다는 글을 보았다. 나도 더 늦기 전에 용기 내 봐야지 하고 마음먹었었는데 마침 오늘 가려던 카페가 문을 닫았다. 자연스레 택시를 잡으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현지 카페에 들어갔다.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바람이 실려 들어오는 개방형 구조, 주황 조명에 딱딱한 나무 의자, 무엇이든 작은 컵에 담겨져 나오는 진한 음료. 이런 카페에 온 게 얼마만인가 싶다. 따뜻한 코코아도 맛있고 흘러나오는 베트남 음악도 사랑스럽다. 베트남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행복했다.      



 2018년 12월

 저녁 7시 30분경. 퇴근하려고 콜택시를 부르는데 영 잡히지 않는다. 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인가 싶어 어두워지기 전에 걸어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20분. 요새 피곤하다는 핑계로 택시만 타다 보니 걸어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왠지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부리나케 걸음을 옮기는데 길 양편으로 사람이며 오토바이가 죽 늘어선 것이 보였다. 아, 축구하는 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쏟아지는 비와 신이 난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뒤섞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언제나처럼 인도는 당연히 오토바이의 것이고, 도로로 밀려난 나는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을 첨벙대며 걸었다. 이런 풍경이 퍽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 열정, 이 소란, 이 분위기…. 대체 나는 언제부터 무감각해진걸까.  


 연장을 고민할 때는 내게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아쉬우면 1년 더 살지’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간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요즘은 다 아깝고 그립다. 이 지겨운 우기도 이제 더는 못 겪는다고 생각하니 살짝 아쉬워진다. 그래도 가야겠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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