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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0. 2019

[다낭소리]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MBC에서 우리학교로 취재를 왔다. 학생 몇 명을 인터뷰했는데 ‘케이팝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면 거짓말이죠.’라고 말한 장면이 캡처되어 인터넷에 떠돌았다. 제목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다낭의 한 카페에서 열린 BTS 데뷔일 기념 전시회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주문하는 곳 옆에 무료 컵홀더를 비치해두었다. 


 2019년 현재 베트남에는 신 한류가 불고 있다. 학생들에게 한국어학과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한다. 취업이 잘 돼서, 한국어를 배우면 돈 많이 번다고 하기에,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다른 학과에 가려고 했는데 성적 맞춰 오느라 등 현실적인 답변이 많아졌다. 요 몇 년 사이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유학가거나 일하러 가는 베트남 사람도 증가했다. 


 한국어학과 학생들의 경우 활달하고 한국어를 잘하면 3학년만 되어도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일하느라 수업에 잘 안 나오는 학생이 있는데 한때 베트남에서 가장 비싸다는 오토바이를 2대나 구입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어 학생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로는 한국어 과외가 있는데 개인 과외뿐만 아니라 학원이나 기업체 강의를 요구하는 곳이 꽤 있다. 최근 다낭에 사는 한국인이 많아지면서 베트남어 과외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뒤 취업을 못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졸업생이 북부에 위치한 삼성이나 LG에 취직한다. 고향인 중부지역에 남고 싶은 학생들은 여행사에 들어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좀 더 돈이 되는 가이드로 눈길을 돌리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학교나 기업에서 일하다가 관광 가이드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다낭 외대에서 운영하는 ‘세종 학당’은 유료 강좌임에도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주로 직장인이 수강하는데 한국 관련 업계에서 일하거나 일할 예정인 사람들이다. 베트남에 오는 한국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부터 너도나도 한국어를 배우려 한다. 이제 여행사나 식당, 공항, 스파, 기념품 가게, 시장 등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가면 한국인 매니저나 짧게라도 한국어를 하는 직원을 볼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들이 꼭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축구 열풍이 불어 베트남 전역이 한국을 추앙하는 듯 했지만 그런 분위기를 오래 유지한 데는 경제적인 목적이 있었다.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에 와서 돈을 쓰니 호감을 사기 위해서라도 부러 한국이 좋다고 말한다. 물론 베트남 사람들이 중국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다방면에서 일본을 신뢰한다. 한국의 ODA 사업이 순수한 봉사 정신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듯이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인의 심리를 십분 활용한다. 한국이 좋다고 말하지만 SNS에는 다른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베트남에 쏟아지는 관광객과 이민자들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떨어지기도 한다. 한국인은 아무데서나 큰 소리를 내고 예의 없이 군다는 평이 많다. 이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과 명령조로 말하는 것은 한국인의 특성, ‘한국 사람들은 다 그런다.’라는 말로 이해된다. 드라마와 연예인을 보며 로망을 키웠던 사람들이 한국인의 민낯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어나니 이대로라면 한국인에 대한 평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 학생들도 한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곳에서 일하거나 한국 손님들을 만나면서 별별 일을 다 겪는다. 실수 한 번 했다고 손님에게 미친놈 소리를 들은 학생도 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대신 사과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왜 한국 사람들은 동남아에만 오면 상전이 되는 걸까. 정말 듣기 민망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해주는 성숙한 학생들이 있다. 그 믿음이 깨지지 않도록 또 다른 증거가 되어 주는 것도 봉사 단원이자 한국어 교사인 나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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