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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0. 2019

[다낭소리] 도로가 물에 잠긴 날

 도로가 물에 잠긴 날

 방 안이 컴컴했다. 체감 상 새벽 6시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시였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하고 창문을 보니 김이 하얗게 서려서 밖이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대차게 쏟아지던 비가 멈추지 않았나 보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이런 날은 집에서 영화나 보는 게 제일이지만 오늘은 주일. 교회 가는 날이었다. 비가 멈추지 않아 평소보다 30분 일찍 택시를 불렀다. 택시비가 평소의 갑절로 나와 오늘 장사 잘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택시가 없단다. 혹시나 싶어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번갈아 불러 봐도 잡히는 게 없다. 수차례 도전한 끝에 겨우 한 대를 불렀는데 그마저도 취소되었다. 다시 부른 택시는 묵묵부답. 불안한 마음에 미리 문자를 넣고 통화까지 했다. 기다리라는 말에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십 분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보니 받지 않는다. 씨름하다 지쳐 집 앞에서 잡아볼 요량으로 내려갔다. 


 이상하다. 평소라면 길에 나서자마자 빵빵거릴 택시가 보이지도 않고 사람은커녕 오토바이 한 대 지나가지 않는다. 정말 무슨 일이 난걸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한참 대문 밖에 서 있는 내가 딱해 보였던지 집주인이 아는 곳에 전화해서 직접 택시를 불러주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다시 걸려온 전화는 우리 집 쪽으로 오는 길이 막혀서 올 수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 골목도 아니고 좌우에 사거리가 있어 오가기 쉬운 곳인데 올 수 없다니!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대로변으로 나가 보았다. 


 큰 길로 걸어 나가자 택시 기사들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차며 오토바이며 기어가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쌩하고 달리면 주변에 물이 분수처럼 퍼졌다. 아예 운전을 포기하고 밀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도 서지 않고 겨우 세워 목적지를 말하면 ‘이 차는 낡아서 그렇게 멀리까지는 갈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 먼 곳은 아닌데 아마 물웅덩이를 지나느라 차가 부식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이 와중에도 비는 계속 내려서 내가 서 있는 인도까지 물이 찼다. 물보라를 만들며 달려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그 광경이 신기한지 베트남 사람들도 다들 사진을 찍거나 휴대폰을 붙잡고 한 마디씩 하고 있었다. 라이브 방송이다. 


 시계를 보니 11시 반. 택시 잡겠다고 근 두 시간을 헤맨 것이다. 이제 포기해야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인도 곳곳에도 물이 고여 발이 푹푹 빠졌다. 평소 길가에 퍼져 있던 죽은 쥐와 온갖 쓰레기가 생각 나 닭살이 돋았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괜찮을 거다…. 


 집에 돌아와 밥을 지어 먹고 겨우 기운을 차렸다. 빗소리에 잠도 오지 않는다. 학과장님께 다들 괜찮으냐는 단체 문제가 왔다. 곳곳에서 물난리 소식이 들려 왔다. 어디는 지하 주차장이 잠겼고 도로가 통제되었다고 했다. 가까운 관광지 호이안의 경우 가게 1층 대부분이 물에 잠겨 피해가 컸다. 이제 그만 멈춰 주면 좋으련만. 


 저녁이 되자 도로의 물이 차츰 빠지기 시작했다. 밤늦게 학생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일 수업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비는 그쳤고 도로의 물은 거의 다 빠졌다. 그래도 이런 날 오토바이를 몰고 오기란 쉽지 않을 거다. 은근 취소하기를 바라는 눈치라 학교에 연락해 수업을 취소하고 보강 날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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