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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2. 2019

[다낭소리] 협력활동: 라온 한국어1

 협력활동라온 한국어1

 내가 처음 기획한 협력 활동은 꽝찌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아니었다. 계획안은 더 먼저 완성했지만 꽝쏘공 활동에 변수가 생기면서 손을 댈 엄두가 안 나 잠시 미뤄뒀었다. 급한 불을 끄느라 더 시간 들여 준비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고 미안한 활동이다. 


 첫 번째 협력 활동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곧이어 두 번째 협력활동을 준비했다. 즐거움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을 차용한 ‘라온 한국어’, 중부 지역 학습자와 주민들을 위한 한국어 경시대회와 문화 행사다. 그간 한국 관련 주요 행사들이 북부와 남부 대도시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게 아쉬워 중부 지역민을 위한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사무소에 물어보니 협력 활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바로 진행하였다. 


 다른 단원들에게 협력활동 진행 내용을 전하다 보니 처음 기획했던 것보다 행사 규모가 커졌다. 예산 때문에라도 다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후에 대학 기관만 초청하려 했으나 이 기회에 시골 아이들에게 다낭 구경 올 기회도 주고 싶어 계획안을 전면 수정하였다. 점차 규모가 커져 코이카 단원들이 파견된 중부지역 전 기관이 모이는 행사가 되었다. 일을 크게 벌이니 그만큼 계획하고 신경 쓸 것도 많아졌다. 동시에 학교 수업은 수업대로, 세종학당 강의와 야심차게 벌여 놓은 동아리도 책임지고 완수해야 했다. 여유는 줄었지만 대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가 감사였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불평하지 않았다. 


 사람 일 참 모를 일이다. 나는 교육받을 때부터 조용하고 평탄한 단원생활을 꿈꿔왔다. 불필요한 일에 돈 쓰거나 오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은 누가 한다 그러면 슬쩍 껴서 하고 아니면 굳이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했다. 마침 내가 파견된 기관은 이미 두 번의 현장사업을 마친 곳이었다. 마음 편히 내 할 일 하며 조용히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애정이 생기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점점 신경 쓸 일이 많아졌고 주의 깊게 보면 필요가 눈에 들어 왔다. 그럼 결국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내 발등 찍는 일인 줄 알면서도 하겠다고 손들고 나섰다. 


 두 번의 협력활동은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악 소리를 지르며 울고 싶을 때가 많았다. 실제로 꽤 오랜 기간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과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힘들 걸 알면서도 왜 하겠다고 나섰는지. 깜냥이 안 되면 오지랖이라도 좁든가, 하겠다고 했으면 묵묵히 하든가. 열정에 비례하지 않는 실력과 체력이 서글펐다. 통제 불가능한 일들이 터져 울면서 꾸역꾸역할 때가 많았다. 종종 나는 왜 뭐 하나 수월히 하는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주 도망치고 싶었다. 


 버텼더니 하나 둘 마무리되었다. 그 끝은 웃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설렘을, 기쁨을, 보람을 주었다.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 속에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의 협력활동은 내게 돌파구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고맙다. 그래도 욕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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