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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Jun 02. 2020

생리통이 올 거라면 회사에서 오는 게 낫다.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점은 내 몸을 관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에 취약한지, 언제 컨디션이 나빠지는지 슬슬 알게 되는 시기다. 더불어 책임감도 생긴다. 지금까지 사용한 것보다 앞으로 두배는 더 사용할 텐데, 지금 이 체력으로는 못 버틸 거라는 위기감이 들어 몸을 챙기게 된다.


물론 그런 노력은 효과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다. 

생리통은 매달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니 대신 견디는 법을 찾았다. 밥 먹고 소화제처럼 먹는 진통제. 이것도 때를 늦추면 효과가 없다. 약기운이 퍼질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미 생리통이 시작된 다음에는 먹으나마나 서너시간은 고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내내 라면도 안 먹고 생리통에 좋다는 스트레칭을 해왔는데, 소용없는 결과에 허무한 마음만 든다.      


시작부터 심했던 생리통은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힌다.      

 



태풍 루사가 무주를 강타했던 2002년 8월에 생리를 시작했으니 벌써 18년째 생리 중이다. 이제 생리를 하지 않고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이 산 것인데 생리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때마다 찾아오는 생리통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새롭게 아프고 피곤하고 거슬린다.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온다. 먼저는 허리 통증. 뒤에서 누가 허리를 세게 미는 것처럼 아프다. 덩달아 배도 아프니 인간의 몸을 머리-가슴-배로 나눈다면 신체의 3분의 1이 고통에 점령당한다. 다음으로는 다리 저림. 혈액순환이 안 되어 그렇다는데, 쥐 난 것처럼 다리 전체가 찌릿찌릿하고 몹시 피곤하다. 허벅지부터 발목까지는 열이 나 화끈거리고 발가락 끝까지 팅팅 붓는 느낌이다. 복부부터 하반신 전체에서 열이 나기 때문에 머리에서도 열이 난다. 심할 때는 두통까지 온다. 안압이 세져 눈이 빠질 것 같고 편두통이 심해 저절로 인상이 써진다. 


생리 중일 때도 힘들지만 생리 전 주도 심각하다. 그때는 체력보다도 감정적인 소모가 더 크다. 내 처지가 한심하고 걸핏하면 우울해지며 걱정이 걱정을 물고 늘어진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예민하게 반응해버린다.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다.      


어릴 때는 호르몬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하는 줄 몰랐었다. 갑자기 단 게 당기는 것도, 식욕이 폭발하는 것도, 나 빼고 다른 사람만 다 잘나 보이는 것도, 세상만사 귀찮고 어둡게만 보이는 영문을 몰랐다. 그래서 사춘기 생리기간은 최악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내 몸을 좀 더 일찍 관찰했더라면, 세상 우울한 기분이 드는 날에는 ‘이제 곧 생리하려나 보다.’하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을 텐데.      

     



생리통으로 고통받다 한 번 통계를 내보았다. 한 달에 생리하는 기간은 평균 4,5일. 그중 생리통이 심한 날은 이틀이니 계산해보면 매년 이십사 일이다. 대략 17년으로 계산해보아도 408일이니, 인생의 일 년 이상을 생리통으로 고생하며 보낸 것과 같다. 


몸이 아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렇게 예민한 날에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억누르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짜증이 전달될까 봐. 참지 못해 화가 불쑥 튀어나올까 봐 신경쓰인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하루 종일 고통받는다. 거의 누워있거나 기대어 앉아있다 보면 하루가 길고, 몸 곳곳에서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 땐 차라리 편치 않은 상황에 나를 내던지는 게 방법이다. 



생리통이 심한 날에는 아예 출근해버리는 게 낫다. 약속이나 친구를 만나는 외출 말고, 돈 받고 일하는 일터여야 한다. 사회인이라면 으레 '내색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더욱이 직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긴장하니 상대적으로 생리통을 견딜만하다. 바쁜 날에는 더더욱. 눈앞에 닥친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몸이 보내는 신호(고통)를 무시하니 컨디션이 안 좋다는 것을 잠시 잊는다. 


그러고서 집에 돌아오면 씻고 딱 기절.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고마울 때도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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