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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흥의 민족

 흥의 민족

 ‘노래로 배우는 한국어 동아리’를 종강하며 학생들과 함께 노래방을 찾았다. 그동안 배운 노래를 쫙 부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정신없이 춤추며 놀았다. 다들 어찌나 흥이 많은지 한 번 불붙자 고민도 없이 곡을 예약하고 마이크를 잡는다. 나는 최신곡부터 10년 전 유행했던 노래까지 찾아 부르는 학생들을, 학생들은 베트남 노래를 곧잘 하는 나를 신기해했다. 그렇게 4시간 30분을 부르고 나니 목보다도 다리다 더 아팠다. 


 어떻게 소문이 난건지 그 뒤 학생들과 어울릴 때마다 노래방 가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다행히 나도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학생들과 신나게 어울렸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시내 어느 골목 안쪽에 자리한 노래방이었는데 깔끔하고 값이 싸서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였다. 주택을 개조해서 2~4층을 노래방으로 사용하는데 워낙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방이 없어서 갔다가 돌아 나오는 때가 많았다. 그 밖에 학교 근처 노래방도 자주 갔다. 시설이며 환경은 덜하지만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 즉흥적으로 노래방에 갈 때 애용했다. 


 베트남의 노래방 기계에는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에 노래 제목을 영어로 친 다음 karaoke라고 치면 mr이 나온다. 가끔 예약을 잘못하면 가수의 목소리가 같이 나오거나 다른 버전이 재생되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기억하기 쉽게 노래 제목에 TJ를 덧붙여 검색하는 가르쳐 주었다.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갑작스레 인터넷 연결이 끊길 때다. Wifi로 음악을 재생하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연결이 끊기면 버퍼링에 걸리기도 한다. 한참 열창하다가 인터넷이 끊길 때의 머쓱함이란…! 그리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일단 한 번 겪으면 본인에게는 창피함을 주변인에게는 웃음을 던져 주는 시간이 된다.  


 노래방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과일을 비롯한 간식과 마실 거리가 세팅되어 나온다. 먹은 만큼 돈을 내야 한다. 그게 아깝다며 먹지 않는 이들도 있고 이것저것 뜯어 먹느라 노래 부르는 값보다 더 낼 때도 있다. 학생들 성향에 맞춰서 나는 그때그때 간식거리를 싸가거나 노래방에서 제공하는 주전부리를 같이 먹었다. 


 요즘은 라이브 방송이 대세인지 같이 밥을 먹다가도 게임하다가도 동영상을 찍는다. 언제 찍었는지 내가 수업하는 모습도, 학생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단다. 나중에서야 누가 알려 줘서 알게 되었다. 노래방에 가면 늘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데 그걸 내게 다시 보내주는 학생은 몇 없다. 아마 페이스북 어딘가를 뒤지면 나올 테다. 초상권이 없어진 지 오래이지만 이런 이벤트가 아이들에게 자랑이 되고 기쁨이 된다면야 나쁠 것도 없다. 


 학생들과 어울린 덕분에 좋은 베트남 노래를 많이 배웠다. 나는 노래방에 가면 제일 먼저 베트남 노래를 부른다.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며 더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베트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베트남을 좀 더 이해해보자고, 사랑해보자고 다짐하게 된 건 미우나 고우나 순전히 우리 학생들 덕분이니까. 분위기를 잇고 싶어 뜻 모를 가사를 열심히 따라 읽기도 하고 학생들이 알 만한 가수나 곡 위주로 선곡해서 같이 부르기도 한다. 


 이런 내 모습은 학생들에게도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우리 학생들에게만큼은 내 베트남어 발음이 최고이고 베트남 사람 같단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썬쌩님 발음 너무 조아요!’하면 그저 해주는 칭찬인 걸 알면서도 기가 산다. 그러면 나도 장난스레 거만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여러분도 공부 열심히 하세요.’하며 잔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리액션 부자들, 세상 제일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있어 행복하다. 

외국인이 "김취 너모 마쉬쒀여"해도 칭찬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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