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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갑작스런 강의실 변경

 갑작스런 강의실 변경

 다낭은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다. 그렇다 보니 갑자기 방문객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학과 사무실에 방문해 수업 준비해야 하는 선생님들을 붙들고 한 시간씩 말을 걸기도 하고 수업 중인 강의실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학과 사무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 교직원 휴게실로 향하는데 그때마다 베트남 직원들이 일단 나에게로 인도한다. 한참 수업하는 나를 불러내기도 하고 무턱대고 청강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당황스럽지만 말이 안 통하니 어찌하랴. 그래도 수업 중 방해받는 건 정말 싫다. 


 오늘은 수업을 하는데 갑자기 러시아학과 교수님이 찾아 오셨다. 지금 우리 때문에 자신의 학생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 순간 당황했다가 ‘보강 수업이라 다른 학과 강의실을 빌려 쓴 것은 맞지만 일주일 전에 학교 웹사이트에서 공란인 것을 확인하고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여기선 이번 학기 내내 자신이 수업해왔고 오늘은 시험을 보는 날이니 자리를 옮겨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러다가는 돌림 노래만 될 것 같아 해결을 위해 코워커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기다린 후에 우리는 다른 강의실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옮긴 곳에서는 이미 다른 강의가 진행 중이었다. 다시 배정 받은 곳은 전기가 안 들어왔다. 이게 무슨 난리인고…! 수업 시간 까먹은 것도 속상한데 열심히 준비해 온 PPT 자료도 못 쓰게 되었다. 


 불도 안 들어오는 어두침침한 강의실에서 판서를 하다 속된 말로 빡쳤다. 학생들에게는 ‘우리 오늘 아침부터 운동 많이 했네요.’하고 웃어 보였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일주일 전에 신청한 게 왜 당일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어이가 없고, 앞으로 학교 전산 시스템을 어떻게 믿고 이용해야 할 지 의심이 들었다. 아아, 나는 얼마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인건가. 나의 모난 모습을 발견하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꾸만 주변 탓을 하게 된다. 비겁하게시리. 


 짜증난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걸 꾹꾹 눌러 담다가 문득 다른 동기들 생각이 났다. 나야 한국어를 잘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주변에서 도와주니 일처리가 빨리 끝났지만 오롯이 현지어만 사용해야 하는 동기들은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나왔었는데, 동기들에게는 우리 이런 상황에서도 웃어넘기자고 말했었는데. 지금 내겐 왜 그런 아량이 없는 걸까. 왜 나는 문제가 생기면 당장 얼굴부터 찌푸리고 인상을 쓰게 되는 걸까. 이런 내 모습에 더 속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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