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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동아리 시간에 ‘나는 지금 행복한가?’에 대한 나눔을 했다. 누구는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고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앞으로 졸업을 어떻게 할지, 졸업 후에 어디에 취직할지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행복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다 한 학생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제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하지만 저는 행복해요. 우리 모두는 고민하며 살아가요. 미래를 걱정해요. 하지만 내일 일은 모르는 거예요. 지금이 중요해요.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내일은 모르지만 오늘 저는 행복해요.”  


 그 학생의 상황은 내가 알고 있다. 기말고사 때 실수로 본인 확인란에 서명을 하지 않아서 0점을 받았고 학교 측에 정정을 문의했으나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 학교는 기말시험 비율이 70%이기 때문에 중간시험을 아무리 잘 봤다 해도 기말 성적이 0점이면 낙제다. 워낙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이라 나도 다시 한 번 학교 측에 요청한 상황이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일 일은 모르지만 오늘은 행복하다’고 말하다니… 참 멋지다. 


 영화 「알 이즈 웰」에 이런 장면이 있다. 나는 이 학문을 좋아하는데 왜 성적이 안 나오는 거냐고 한탄하는 가난한 친구에게 주인공이 ‘너는 미래를 두려워하잖아. 그 마음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거야.’라고 타이르는 장면이. 


 그 대사를 인상 깊게 기억했던 나는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했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고민할 시간에 공부하자고, 미안한 마음이 들면 책을 펴라고, 지금 당장 큰 돈 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장학금을 타는 거라고. 학생들을 위로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서 힘을 주고 싶을 땐 이 영화의 대사를 인용했었다. 후에 그 주인공 친구가 아주 좋은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는 스토리까지 덧붙이면서.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한다. 당장 그려볼 수도 없는 1,2년 후를 고민하느라 다시 오지 않을 하루하루를 한숨 속에서 보낼 때가 많다. 베트남에 와서는 더 자주, 짧은 주기로 그랬다. 내가 왜 벌써 귀국 후의 일을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만 잠깐 방심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물밀 듯 밀려왔다. 고민하느라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곤 방전되어 침대로 기어 들어가곤 했다. 그런 내가 학생들 앞에서는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지. 내 코도 못 닦으면서 남에게 말하기 바빴던 나는, 이 위선적인 선생은 가만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 하나 배웠다. 알 수 없는 내일을 고민하는 대신 주어진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내가 선 곳이 꽃자리인 것을. 언제나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      


정문 입구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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