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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여름철 필수템

 여름철 필수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햇볕이 강한 베트남에서의 필수품, 햇빛 가리개 치마! 수업이 있을 땐 학생들과 가장 예쁜 모습으로 만나고 싶어서 원피스나 치마를 자주 입는다. 문제는 내가 출퇴근길에 오토바이 택시를 애용한다는 것인데 그럼 하루에 두 번 씩 정기적으로 살을 태우는 셈이다. 늘 깜빡하기 일쑤였던 선크림도 살이 따끔하는 느낌이 무서워 열심히 바르기 시작했다. 요즘엔 바람막이부터 마스크, 선글라스, 레깅스까지 동원해 온 몸을 보호한다. 멋지게 차려입고 선물을 주신 코워커 어머님께 인증 사진을 보냈다. 몇 줄 안 써 보냈는데 베트남어 잘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나는 늘 ‘선물보다는 편지!’를 외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들이 주는 것을 감사히 받고 있다. 물론 나는 편지만으로도 족하니 힘들게 번 돈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선물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래서 괜히 사양하지 않고 주면 무엇이든 감사히 받는다. 크든 작든 내 취향이든 아니든 선물을 고르면서 나를 생각했을 그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이해되면서부터였다. 생각해 보면 힘들 때 받는 말 한 마디나 위로의 글 한 줄도 선물인 셈이니 얼마나 감사한지! 


 그러니 누구에게든 쑥스러워서 못 하는 말은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서로에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정 표현이 풍부한 나는 맛있다는 말도 예쁘다는 말도 여러 번 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입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기도 했고 무감각해져버린 거다. 칭찬이 괜히 아부처럼 느껴질까 걱정돼 입을 닫을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 소심해진건지 모르겠다만 그냥 복잡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머리 굴리지 않고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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